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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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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미래 성장동력 육성 다시 고삐 죄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16 10:35

고경철 세종과학기술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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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철 세종과학기술포럼 회장


과거 정부가 성장동력 산업 육성에 나섰을 때의 일이다. 2003년 노무현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국민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10대 성장동력 품목을 선정하고 각 부처별 사업 실행 계획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과 로봇을 결합한 지능형 로봇이었다.

그런데 당시 정부내 상황은 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던 정통부에 지능형로봇의 육성 키를 절대로 주어서는 안된다고 당시 산자부가 딴지를 걸고 나온 것이다. 사실 산업전반에 걸친 육성정책이나 국가전략을 발표할 때마다 전담부처간의 주도권 다툼은 경쟁을 넘어 밥그릇 싸움으로 보일 정도로 도를 넘고 있었다.

좀 더 들어가 보자. 당시 산자부와 정통부의 수장은 모두 경기고 동문 선후배라는 인연에, 사석에서는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처간의 경쟁에서는 그런 것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 산자부는 디지털전자과를 통해서 퍼스널로봇사업단을 만들어, 1년에 50억원 규모로 초창기로는 꽤 큰 규모로 로봇을 지원해왔던 터였다.

그런데 갑자기 참여정부가 들어서며, 정통부에서 인공지능이라는 정보기술(IT)을 로봇과 융합해 주도적으로 육성하겠다고 하니, 산자부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뜨거운 경쟁의 판에 과기부까지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로봇연구는 산업적 성숙도가 낮고 미래를 위한 기초 연구개발(R&D)이 핵심인 만큼 과기부가 주도해야 한다며 프런티어 사업을 들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로봇에서 시작된 부처간 로봇싸움은 들불처럼 번져 차세대자동차·차세대반도체·디지털TV·차세대 이동통신 등 성장동력 품목 전체에서 과기부·산자부와 정통부가 격돌하였다. 당시 공무원들의 눈빛은 선의의 경쟁을 넘어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사생결단식의 비장한 각오가 엿보일 정도여서 기술개발에 매진해야할 각계 전문가를 총동원 하며 각자 자신들의 부처가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끝이 안보이는 진흙탕 싸움이 계속되자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은 실로 난처했다.

이를 해결하는 키가 당시 김태유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에게 주어졌다. 그는 국가 과학기술 자문회의를 이끌며, 3부처간의 의견을 조율해 품목별로 주관부처를 조정하는 어려운 역할을 수행해 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는 전세계가 부러워 하는 디지털 강국이 되어 로봇·인공지능·5G(5세대 통신)기술 등 핵심기술들을 꽃피우고 있다.

그런 소동이 있은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 윤석열 정부가 새로 출범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시절 과학과 기술이라는 키워드가 부각되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던게 사실이지만 물밑에서는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새정부의 의지를 담은 육성정책을 가다듬었으리라 믿고 싶다. 선거 당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이를 기반으로 민간 사업 전체의 디지털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수평적 부처간의 경쟁구조에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에 이를 전담하고 관리할 거버넌스가 절실하다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 말해 주고 있다. 지금도 하루가 지나면 세상이 바뀌는 혁신기술 기술들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며 자라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인공지능·메타버스·양자컴퓨터·생명산업 등 나라의 미래운명이 바로 미래기술의 확보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실로 극한 기술경쟁시대가 가속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새 정부 성공의 키는 바로 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국민 미래 먹거리를 철저히 준비하는데 있다고 본다.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태풍과 같은 기세에 맞서 대응할 정부 전략의 시급성을 생각하면, 새 정부가 좌고우면하며 허송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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