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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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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에 다시 꿈틀대는 美 셰일오일..."자칫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2.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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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추기(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이 급부상하고 있는 미 셰일오일에 앞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고(高)유가 환경 속 셰일 업체들이 원유생산 증대를 앞두고 있는 와중에 공급과잉이 빠른 속도로 부각될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과거 2014년 국제유가 폭락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세계 7대 ‘오일 메이저’ 중 하나인 미국 코노코필립스의 라이언 랜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속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면 지금이 그럴 때"라고 주장했다.

랜스 CEO의 이 같은 주장은 엑손 모빌, 셰브론 등 미국의 거대 석유공룡들이 올해부터 적극적인 증산에 잇따라 나서겠다고 발표한 후 나왔다. 엑손 모빌과 셰브론은 올해 산유량을 각각 25%, 10% 늘리겠다고 최근 실적발표에서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미 셰일 산업이 다시 성장세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미 셰일오일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한 배경엔 유가가 급등한 덕분이다. 고유가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미국의 석유 기업들은 2020년, 2021년처럼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원유생산 증대까지 나설 수 있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실제로 엑손모빌은 지난해 4분기 89억 달러(약 10조 8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이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좋은 분기 실적이다. 2021년 연간으로는 230억 달러(약 27조 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2020년도 순손실(224억달러)을 완벽하게 메웠다.

셰브론도 2021년 156억 달러(약 18조 9000억원)의 순이익으로 지난 2014년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셰브론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211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고, 엑손모빌은 작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480억달러로 2012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올해에는 더 많은 현금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석유기업들의 올해 잉여현금흐름이 작년 대비 33% 급증한 671억 달러로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랜스 CEO는 올해 미국에서 최대 90만 배럴어치의 원유가 추가로 생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종전 대비 10만 배럴 상향 조정된 수준이자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과거 예측했던 올해 전망치보다 3분의 1 이상 높다. EIA는 2023년 미국 원유 생산량이 1240만 배럴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는데 이런 추이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실제 산유량은 이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최대 셰일오일 생산지인 퍼미안 분지의 작년 12월 원유생산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랜스 CEO는 "매우 걱정된다"며 "지금까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격히 늘어나는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현재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공급과잉이 빠른 속도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로 풀이된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스탠다드차터드도 "미 산유량이 급증한 것에 대해 원유시장과 애널리스트들의 주목을 크게 받지 못했다"고 최근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2022년 12월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하락하는 방향에 포지션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는 "시장이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것이기 때문에 이런 관점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셰일 산업의 반등은 글로벌 원유시장에 양날의 검과 같다"며 "생산이 너무 확대되면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가격 전쟁을 펼쳤던 사우디와 동맹국들의 반응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급속도로 성장하는 미국 셰일 산업에 타격을 주겠다는 의도로 가격 경쟁을 감행했지만 그 여파로 2014년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유가가 2016년 20달러대까지 폭락하기도 했었다.

한편,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대비 2.01달러(2.28%) 급등한 배럴당 90.27달러를 기록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 주 브렌트유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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