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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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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탄소중립 실현, 물관리 중요성 인식해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24 10:00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교수 여름

▲한무영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기후위기를 체감케 하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홍수·가뭄 등과 같은 물 문제와 함께 갈수록 심각해지는 폭염·산불과 같은 모습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기후위기는 미국·호주·유럽· 중동에서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지만, 지난해 여름 수해에 이어 올해도 폭염이 예상되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가 되고 있다. 전세계 지도자들이 ‘넷제로(Net Zero,탄소중립)’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정책 개발과 집행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탄소배출권이 거래되는 등 정치·경제·금융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서 탄소를 기초로 국제질서가 개편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교통·건물·인프라 등으로 나누어 각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는 넷제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만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인 홍수나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정부나 기업 주도로 하는 탑다운 방식의 정책이다보니 시민들의 참여도 부족한게 현실이다.

인간과 자연에게 고통을 주는 기후변화 현상은 홍수와 가뭄, 그리고 폭염이다. 물관리의 새로운 분야인 빗물관리와 수요관리는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고 탄소중립에도 도움을 주며 시민 참여를 부추길 수 있는 다목적 분야가 될 수 있다.

우선 빗물을 그냥 강으로 버리기 보다는 유역내에 모아두는 빗물관리로 여름 홍수와 봄 가뭄을 줄일 수 있다. 촉촉해진 땅은 기화열로 인하여 시원해져서 폭염을 누그러 트리는데도 도움이 된다. 물 1톤이 기화할 때 소모하는 에너지는 700kWh이다. 서울대 캠퍼스 일부 건물에 조성된 옥상텃밭은 오목하게 만들어져 비가 오면 옥상에 있는 저류판에 모이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하류로 내려가는 빗물의 양을 줄여서 홍수 피해를 방지하고, 그 물을 이용하여 수자원도 확보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 물이 기화할 때 나오는 냉방효과도 유용하다. 한여름 일반 콘크리트는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달아 오르지만 저류판이 설치된 옥상의 표면온도는 아무리 온도가 높아져도 30도C를 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도시의 열섬현상도 줄여준다. 건물 최상층에서 사용하는 냉방에너지를 줄여준다. 옥상텃밭에서 식량도 생산하고 공동체가 나눔의 정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상하수도 분야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상수는 처리후 장거리 이동할 때 많은 전기에너지가 든다 (1톤당 0.25 kWh). 한번 사용한 상수는 하수가 되는데 이것을 처리하는데 또 1.25kWh가 소요된다. 따라서 물을 1톤 적게 사용하면 상하수도에 들어가는 에너지 1.5kWh가 절감된다. 전국의 학교나 사무실에서 가장 쉽고 먼저 해야 할 것은 초절수변기로의 교체이다. 서울대는 2016년에 500 여개의 초절수변기로 바꾼후 아무 불편없이 1년동안 10만톤의 물을 절약하였는데, 이것을 에너지로 환산하면 1년에 15만 kWh에 해당한다.

이와 같이 전국의 변기를 초절수형으로 바꾸는 물절약만으로 고리원전 생산량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부가적으로 물부족도 해소하여 지역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이 에너지는 건물내부에서 꼭대기까지 상수도를 올리는데 드는 에너지를 포함하지 않았으니, 물절약은 건물의 높이에 따라 더욱 많은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해수담수화·하수처리수 재이용·빗물 등의 대체수자원을 고려할 수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서는 여러 대안 중 탄소가 적게 들어가는 순서로 사용하여야 한다. 처리에너지는 물속에 녹아있는 이물질의 양과 비례하는데 마일리지가 짧고 깨끗한 빗물이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든다. (빗물은 0.0012kWh, 해수담수화는 4~6kWh, 하수처리장 재이용수는 1.25kWh). 물론 비가 연중 내내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비가 오는 시기라도 빗물을 사용하면 그만큼 탄소배출을 줄일수 있다.

정부나 기업이 주도하는 대규모의 시설과는 달리 수요관리와 빗물관리는 규모는 작고 숫자는 많기 때문에 그 건설과 유지관리는 시민들이 함께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탄소감축 효과는 금방 숫자로 환산할 수 있으며, 그 경제적 혜택은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시민들의 참여로 재미 있는 물문화 조성이 가능하고 이는 더욱 적극적인 참여로 이어지게 된다.

시민 참여형의 물관리는 부가적으로 녹색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물분야에서 시민들의 참여로 인한 탄소감축 성공 사례는 학습효과로 이어져 정부의 다른 분야의 탄소감축 정책에 대한 시민의 이해와 참여도를 높이는 부가적인 효과도 기대된다.

최근 시행되고 있는 물관리기본법의 기본원칙과 그에 따라 만들어진 국가 물관리 기본계획에도 이런 아이디어가 반영돼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 수준이 아니라 정량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일거리도 만들 수 있고 생태계도 살릴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물관리가 현재 우리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 어젠다에서 빠져 있음은 납득하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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