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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한국서만 ‘쌩쌩’ 이유는...'보조금'이 문제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1.06.06 09:52

‘반도체 수급대란’에 현대차 아이오닉5 출고 지연 반사이익



‘머스크 리스크’ 글로벌점유율 급락···유럽·중국선 점유율 1위 뺏겨



보조금 때문에 테슬라 선택한 고객 향후 서비스 등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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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 Y.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한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던 테슬라가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가운데 유독 한국에서만 유독 잘 나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아이오닉 5’의 출고가 반도체·부품 수급난 등으로 지연되자 재고가 있는 테슬라가 ‘반사이익’을 크게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테슬라코리아가 사후 서비스 역량을 아직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고객들이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3461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7690대), BMW(6257대)에 이어 수입차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테슬라는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컸던 폭스바겐(1358대), 볼보(1264대) 등도 압도했다.

특히 테슬라는 지난달 크로스오버차량(CUV) 신차 ‘모델 Y’를 3328대나 팔았다. 이는 올해 들어 1~4월 내내 수입차 시장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꿰찼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판매(2387대)를 넘어선 수치다. 업계에서는 매년 왕좌 자리를 지킨 E-클래스를 모델 Y가 누른 것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이런 상황은 현대차의 ‘반도체 수급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오닉 5가 사전계약 돌풍에도 양산을 제때 못해 출고가 지연되는 사이 모델 Y로 고객이 몰렸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의 목표 생산량을 기존 1만대로 설정했지만 부품 수급 문제로 2600여대 밖에 만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고객들은 보조금 지급 일정 탓에 복수의 차량에 예약을 걸고 인도가 빨리 이뤄지는 차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실제 서울의 경우 현재 보조금 물량이 5367대지만 이미 5126대가 신청을 마친 상태다.

이는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상품성이 더 뛰어난 전기차 신모델을 쏟아내며 유럽, 중국 등에서 테슬라를 몰아내고 있는 현상과 비교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자료를 보면 테슬라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3월 29%에서 4월 11%로 급감했다. 모델Y라는 신차를 내놨음에도 중국, 미국, 유럽 등 대부분 시장에서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에서는 폭스바겐과 르노가 전기차 시장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GM에 밀렸고, 미국에서도 입지가 위태롭다.

전문가들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상품성이 좋아진 것 외에 테슬라 스스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수년간 꾸준히 지적받아온 안전성 문제가 최근 도마 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로이터는 이달 초 테슬라가 안전벨트 문제로 모델 3, 모델 Y 등 차량 5000여대를 리콜한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이와 별도로 볼트 조임 불량 문제로 6000여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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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이오닉 5.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그간 차량 상품성보다는 CEO가 과장된 마케팅 활동을 펼쳐 고객을 끌어 모으며 성장해 왔다"면서 "이런 상황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코인 등 관련 연일 구설수에 휘말려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짚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도 국내에서 품질, 안전, 서비스 등 분야에서 불만이 폭주하던 상황인데 출고가 몰리며 사후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테슬라코리아가 운영하는 국내 서비스센터는 7곳에 불과하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은 "글로벌 시장에서 힘을 못 쓰는 테슬라가 유독 최근 국내에서 잘 나가는 것은 현대차 아이오닉 5 출고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아이오닉 5 와 기아 EV6 등의 출고가 정상화되고 보조금 불안이 해소되면 국내에서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선두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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