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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우리는 모두 '원전안전파(派)'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10.28 17:10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월성 원전 1호기 수익성 평가와 관련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그 폐쇄의 정당성과 에너지 정책에 관한 다양한 논의가 오고 가는 중이다. 그런데 논쟁의 상당부분이 원전안전 문제보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도마 위에 올리고 있다. 월성1호기는 이미 과거에 있고,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은 미래의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의 논점은 현재 원전들의 ‘안전’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월성1호가 남긴 시사점을 중심으로 몇 가지 중요한 논지를 피력하고 싶다.

첫째, 월성1호는 너무 노후돼서 수명 연장은 어떻게든 불가능하다.

일부 전문가들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은 ‘R-7(캐나다의 최신 원자력 안전성 기술기준)은 1981년 이후 건설허가 원전에 적용하는 원자로에 적용되는 요건이며 1978년에 허가받은 월성1호기는 그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한 그 주장은 당연하지 않다. 바꿔말하면, 월성1호기는 아무리 돈을 들여 고쳐도 오늘날 요구되는 원자력안전 기술기준에 맞추지 못할만큼 낡은 원전이라는 뜻이다. 콘크리트 지붕으로 개량할 수 없는 초가집이란 초가집 자체가 위험한 것이지 볏짚 지붕을 그대로 둔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다.

둘째, 이번 감사결과는 월성1호 폐쇄가 부당했다는 뜻이 아니다.

감사원은 월성1호의‘수익성 계산법’만 지적했지, 운영에 드는 비용 등 총체적인 경제성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감사결과를 월성1호의 ‘경제성이 높다’거나 ‘월성1호 폐쇄가 부당했다’의 근거로 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정감사가 끝나고 한국수력원자력이 본 의원에게 제출한 ‘노형별 손익 비교’를 보면 2014~18년 사이 월성1호기는 한수원에 1566억원의 손실을 안겼다. 월성 2~4호기의 손실은 19억원에 불과하고 다른 노형들에서는 모두 1000억원대의 수익이 발생했다.

셋째, 우리 법원은 원전 수명 연장 평가 시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2017년2월7일 서울행정법원은 월성1호를 수명연장 하려면 최신 기술기준(R-7 등)을 적용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월성1호 수명 연장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을 근거로 ‘법원도 월성1호 안전성을 인정’한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에 불과하다. 우리 법체계에서 법원의 공식입장으로 인용하는 것은 본안 소송의 최종결과다. 월성1호 폐쇄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이 판결이 내려진 시기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전의 것으로, 문재인정부의 에너지 정책과는 무관한 우리 법원의 고유한 태도다.

넷째, 월성1호 폐쇄는 친원전·탈원전의 문제가 아니다.

본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캐나다 젠틸리2호기의 수명 연장 비용이 4조로 계산됐다는 예를 들면서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우리나라 가장 최신 원전인 신고리 3,4호 두 기를 짓는데 7조5000억원이 들었는데, 월성1호를 보수하느니 차라리 한 기 더 짓는 게 낫지 않냐"고 지적했다. 원전을 새로 짓는 게 낫다? 만약 내가 정말 탈원전파(派)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다. 문제는 ‘월성1호 폐쇄=탈원전’이라는 프레임이다. 이것이 월성1호기 수명 연장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한수원과 원안위에 면죄부를 주고, 현존하는 원전들에 대한 안전조치 마저 등한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원전의 안전은 경제성을 따지는 전제조건이지 합산해서 검토할 대상이 아니다. ‘안전성은 (-1)이지만 경제성이 (+2)니까 (+1)만큼 운영할 이유가 있다’는 논리는 원전에서 성립할 수 없다.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경제성은 무의미 하다. 나는 친원전-탈원전의 어느 입장이라도 우리는 다 같이 ‘원전안전’ 문제만큼은 철저해야 한다는 ‘원전안전파(派)’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월성1호기 문제는 그만 묻어두고, 현존하는 원전들의 안전 확보를 위한 건강한 토론이 공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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