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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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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칼럼] 경제 어려울수록 기업 할 맛 나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0.08.31 10:26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흉상이 그의 모교인 연세대에 들어선다고 한다. 국가경제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리고 기업가 정신을 젊은 세대들에게 일깨우겠다는 취지다. 흉상은 3개월쯤뒤 그의 1주기에 맞춰 그가 꿈 많은 젊음을 보낸 대학 캠퍼스 한 건물에서 제막될 예정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김 전회장도 공과가 대비되는 인물이다. 외환위기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된후 그에게는 부실기업인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든 우리나라가 전쟁의 폐허속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0위를 넘나드는 기적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공헌한 주역의 한 사람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1967년 31세에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우실업을 창업했을 당시 직원은 달랑 5명이었다. 이런 보잘 것 없던 기업이 30여년뒤 무역·전자 ·조선 ·자동차 ·금융분야를 아우르며 41개 계열사와 600여개의 해외법인·지사망을 거느리고 국내 직원만 헤아려도 10만명에 이르는 한국 2위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항공기를 집무실 삼아 1년의 3분의 1을 해외에 머물며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데 악전고투했던 김우중의 철학과 비전, 야망과 열정은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그의 저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은 마냥 긍정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반기업 정서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어 기업하기 어렵다는 기업인들의 볼멘 소리가 넘친다. 이런 정서를 등에 업고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가 판치고 있다. 정권이 새로 출범할 때마다 규제혁파를 단골 메뉴로 외치지만 정작 기업인들이 체감할만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규제개혁 체감지수가 올들어서도 더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노동·환경 관련 규제에 저촉되는 행위로 형사처벌을 당하는 기업인도 부지기수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하려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게 아니다.

기업이야말로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떠받치는 가장 핵심적인 존재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수히 접하는 물품이나 서비스 어느 것 하나 기업의 노고가 스며들지 않은 것이 없다. 소비생활의 재원이 되는 소득을 국민이 얻게 하고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기업이 수행하는 단연 최고의 역할이다.

이렇게 고마운 우리의 기업들이 지금 잔뜩 힘이 빠져 있다. 내수시장이든 글로벌 무대든 하루하루 일상적인 경쟁에 피가 마를 지경인데 올들어 터진 코로나 사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캄캄한 터널속으로 기업들을 점점 더 깊이 밀어 넣고 있다. 부도 가능성 등 재무위험을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등급이 올 상반기 하락한 기업이 상승한 기업보다 1년전에 비해 5배나 많다고 한다. 탄탄한 대기업들도 유동성 확보에 목을 맬 정도고,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는 중소기업인들의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 나서는 한국 선수들을 국민은 언제나 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승리를 기원한다. 하물며 우리 경제의 국가대표로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서 훨씬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 기업과 기업인들은 더 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그나마 있는 힘조차 제대로 쓰지 못하도록 족쇄를 채우는 일에 골몰해서야 말이 안된다.

이런 판국에 산업계가 기업경영에 너무 큰 부담을 주는 독소조항이 가득하다며 우려하는 ‘공정경제 3법’ 제·개정안을 최근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그 일이 과연 만사제쳐놓고 촌각을 다투어야 할 일인지 묻고 싶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고, 두려운 마음을 추슬러 글로벌 시장과 미래에 대한 도전에 우리 기업인들이 과감하게 나설 수 있도록 힘을 복돋워주어야 한다. 김우중처럼 세계를 자신의 앞마당인양 누비면서 투지를 불태우는 기업인이 넘칠 때 우리 경제는 코로나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세계와 미래속에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의 발목 잡기가 아닌 기업 할 맛 나는 신명나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정치권과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때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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