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호주 중앙은행(RBA)이 최근 기준금리를 전격 인상하면서 글로벌 통화정책 기류에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물가 압력이 쉽게 꺾이지 않자 각국 중앙은행들이 긴축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인 반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도 금리 인하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문제와 금리 향방을 둘러싸고 연준 내부 이견이 확대되는 와중에 미국만 홀로 완화 기조를 고수하는 '역주행'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물가 반등에 긴축으로 복귀한 호주…추가 인상 가능성
4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RBA는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60%에서 3.8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만장일치 결정했다. 이로써 호주는 그동안 완화 정책을 이어온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금리 인상으로 선회한 국가가 됐다. RBA는 지난 2023년 11월 금리를 4.35%로 올린 뒤 작년 1월까지 동결을 유지했다. 그 이후 지난해 8월까지 금리를 3.6%로 세 차례 인하한 바 있으나 이번에 다시 긴축의 고삐를 죄었다.
RBA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핵심 배경은 인플레이션 반등이다. RBA는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달간 수집된 광범위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인플레이션이 당분간 목표 범위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호주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3.8% 상승해 시장 예상치(3.6%)를 웃돌았다. 이는 작년 11월 CPI(3.4%)는 물론 RBA의 목표치(2.5%)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반면 12월 실업률은 4.1%로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금리 인상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긴축 사이클 재개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호주의 통화 완화 종료는 전 세계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번 금리 인상 한 차례만으로 경기 둔화나 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단발성에 그칠 움직임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CNBC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서니 응웬 호주 경제 총괄은 “인플레이션은 내년까지 목표 범위를 크게 웃돈 뒤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RBA가 오는 5월 추가로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 뉴질랜드도 '매파적 전환' 조짐…英·인도 등도 완화 마무리 저울질
다른 국가들에서도 통화정책 기조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난해 12월 CPI 상승률이 3.1%로 집계돼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이에 안나 브레만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시장 전망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싱가포르 중앙은행인 싱가포르통화청(MAS)은 지난주 명목실효환율(NEER) 정책 밴드의 중간값을 동결했지만, 물가에 대해서는 매파적 신호를 냈다. MAS는 기준금리 대신 주요 교역 상대국 통화 흐름을 반영한 환율 밴드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한다.
인도에서는 이번 주 예정된 금리 인하가 마지막 통화 완화 조치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당국이 완화 사이클 종료 시점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된 케빈 워시(사진=EPA/연합)
◇ 美 연준만 '완화' 고수…“금리 4~5회 내릴 수도"
그러나 미국에서는 통화 완화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미 기준금리가 현재 3.5~3.75%에서 연말 3.25~3.5%로 한 차례 인하될 가능성이 27.8%의 확률로 반영되고 있다. 금리가 2회 이상 인하될 가능성은 63.5%에 달한다.
금리 인하 여부를 두고 연준 내부에서의 이견도 이어지고 있다.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는 3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금리를 1%포인트 이상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 전반에서 강한 물가 압력을 찾기 어렵다"며 “제약적인 수준에 있는 금리는 올해 다시 인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 반등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한 행사에서 “이번 금리 인하는 인플레이션을 목표치로 되돌리는 마지막 구간에서 노동시장을 지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제 불확실성이 점차 완화되며 전망이 개선되고 있지만 고용 증가가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지적했다.
바킨 총재는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플레이션이 약 5년간 연준의 목표치를 상회해 왔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물가를 목표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시나리오가 가능한 반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 위에서 정체되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시장 예상보다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브로커 업체 트래디션 두바이의 스티븐 메이저 글로벌 거시경제 자문사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워시가 지명됐다면 금리 인하 진영에 속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두 차례 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4~5회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美 인플레 반등한다" 경고음…장단기 국채금리차 커져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 물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미 국채 시장에서는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가 3.58%, 글로벌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4.29%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금리 인하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가 커지면서 국채 금리 곡선이 스티프닝(단기↓·장기↑)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미 싱크탱크 피터슨국제연구소(PIIE)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투자자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보고 있지만 이같은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며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까지 4%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PIIE는 그 배경으로 △관세 정책의 시차 효과 △미 재정적자 확대 △이민정책 변화에 따른 노동시장 긴축 △통화완화 정책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등을 꼽았다.
투자은행 RBC 역시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를 웃돈 지 5년째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올해 내내 3%에 가까운 수준에 고착화할 가능성에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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