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번 주말 서울에서 장외집회를 열기로 했지만, 내부에서는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8일 서울에서 장외집회를 연다. 당초 27일 장외집회를 검토했으나 이날 서울에 축제 등이 많아 날짜를 하루 미뤘다. 집회 장소로는 대한문 앞이나 서울시청 광장이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된다. 지난 21일 동대구역 집회에 이어 두 번째 장외투쟁이다. 장동혁 대표 취임 한 달 만에 벌써 두 차례나 장외집회를 여는 셈이다. 중앙당은 공문을 내려 수도권 당원협의회에는 최소 200명, 지방 당원협의회에는 최소 100명씩 참석자를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추석 밥상머리에 정권 비판 이슈를 올려 민심의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23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정희용 사무총장은 “민생을 지켜달라는 간절한 외침과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고 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는 “7만시민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바로 이재명 정권 치하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면 큰일 난다는 위기 의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열린 대구 장외집회 참가 규모를 두고는 논란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은 7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했지만, 비공식 경찰 추산은 2만 명 수준에 그쳤다. 또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7명 가운데 참석자는 70~80명에 불과했다. 당시 김재섭·안철수 등 소장파와 조경태·한지아 등 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국민의힘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 내부에선 벌써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야당 탄압'과 '독재 정치' 구호만으로는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정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너무 일찍 (장외집회로) 가지 않았나 싶다"며 “(당에 대한)진단 없이 너무 일찍 극단의 마지막 방법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구 집회에 대해 “존칭 없이 '이재명 안 된다', '이재명 끌어내리겠다' 이런 정치성 구호들만 난무하더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하는 뭔가가 문제가 있다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방법을 좀 더 찾아봐야지, 옛날식으로 구호만 가지고 어떻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실제 2019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광화문에서 연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며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세력과 손잡았던 일이 대표적이다. 당시 강경 투쟁으로 결집 효과는 얻었지만, 결국 중도 보수층과의 결별을 자초했고 2020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참패를 맛봐야 했다.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장외집회를 이어가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제기됐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국정감사와 연말 예산 시즌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장외집회를 지속하기에 물리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장외집회를) 계속하면 당원들 피로도가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장외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 도봉구가 지역구인 김재섭 의원은 지난 22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 집회가 열리더라도 “안 갈 생각"이라며 “수도권 민심을 당 지도부에 잘 말씀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장동혁 대표는 서울 장외집회를 이틀 앞둔 26일 강경 발언으로 내부 비판에 정면 대응했다. 그는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인천시당 당직자 워크숍에서 “지금 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며 “뜻이 다르더라도 장외 집회로 나와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시민들의 뜻에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외투쟁이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런 분들이 다른 자리에서 의미 있게 싸우고 있다면 장외에 나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저는 그분들이 싸우는 모습을 어디에서도 찾아보지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