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뜨거웠던 지난 여름은 지구의 경고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9.24 10:58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전 한국기상학회장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 (전)한국기상학회장

▲안중배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명예교수 · (전)한국기상학회장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14.5℃로 평년(12.5℃)보다 2.0℃ 높아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던 2023년의 13.7℃를 다시 경신했다. 올해 여름철 평균기온 역시 25.7℃로, 작년 기록을 넘어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폭염과 열대야와 직결되는 일최고기온과 일최저기온의 여름철 평균도 각각 30.7℃, 21.9℃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을 감안하면, 올해도 전국 연평균기온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 연평균기온이 매년 연이어 갱신되고 있는 것이다.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서도 기후 기록이 다시 쓰이고 있다. 특히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15.10℃로 2023년보다 0.12℃ 높아지며, 1850년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 이는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이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만 년 이래 최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제적 합의와 감축 노력이 이어져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으며, 증가율조차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2024년은 파리기후협정에서 정한 1.5℃ 목표를 이미 넘어선 해로 기록되었고, 현재의 속도라면 2030년대에 1.5℃ 마저 안정적으로 지켜내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강수 패턴 역시 양극화가 뚜렷하다. 경북 의성의 대형 산불은 기록적인 가뭄에서 비롯되었고, 강릉과 강원 영동지역은 사상 최저 수준의 누적강수량으로 제한급수까지 시행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반대로 여름철에는 전국 곳곳에서 시간당 100mm를 넘는 극한강수가 13차례 이상 발생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하루에 4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국지적 폭우에도 불구하고 특정 지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불균형은 지구온난화와 직결된 현상이다. 강수의 공간적 편차와 강도의 쏠림은 농업과 생태계는 물론, 기후예측과 물관리, 재난대응 체계 전반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반복되는 폭염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현상이 '열돔(heat dome)'이다. 강력한 고기압이 장기간 머물며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낮 동안의 강한 일사와 하강기류에 의해 압축된 공기가 기온을 높이고, 밤에도 식지 않게 만든다. 지표면에 누적된 열이 되먹임 효과를 일으켜 폭염은 한층 심화된다. 최근 몇 년간 유럽, 북미, 중국, 중동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 기록적 폭염의 배경에도 열돔이 자리하고 있다.


올여름 한반도의 폭염에는 여러 기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첫째, 북태평양고기압이 예년보다 일찍 발달해 장마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늦게까지 한반도를 지배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강화·확장되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전형적 변화와 일치한다. 둘째, 티베트고기압의 확장이다. 히말라야와 티베트 지역의 적설 감소와 지표 가열 증가는 상층의 고온·건조 고기압을 강화시켰고, 그 세력이 한반도 상공까지 뻗어 오면서 북태평양고기압과 겹쳐 강력한 열돔을 형성했다. 셋째, 최근 수년간 이어진 고수온 해역의 확대 역시 한반도 폭염을 심화시켰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는 습도를 높여 불쾌지수를 키우고, 열대야 발생을 늘렸다.




결국 이러한 모든 현상의 밑바탕에는 지구온난화가 놓여 있다. 지표와 해수면의 온도 상승, 고산지대와 극지방의 눈과 얼음 감소, 그리고 그에 따른 대기 순환의 변화가 폭염과 폭우 같은 극단적 이상기상을 촉발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는 기록을 갈아치우며 우리에게 분명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적응 전략을 과감히 실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한 과학적 과제가 아니라 세대 간 정의와 윤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 내일의 세대에게 안전한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는지를 가른다. 지금의 무책임과 무관심은 미래 세대에게 되돌릴 수 없는 짐으로 남게 될 것이다. 기후위기는 단지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류 공동체의 존속을 시험하는 거대한 도전이다. 그렇기에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감당해야 할 의무이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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