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펼치고 있는 건설 경기 부양책에 대해 현장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오히려 산재·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3 조기 대선 후 정부가 '이재명노믹스' 기조 아래 침체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2조7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집행 중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스마트 건설기술 지원, 해외 인프라 진출 지원 등 다각도의 건설산업 지원 대책이 포함됐다.
건설 경기가 최근 2년 연속 위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 보면, 올해 2분기 건설기성(불변)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 감소했다. 1분기(-21.2%)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두 자릿수 감소다. 지난해 2분기(-6.0%) 이후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구체적으로 정부는 30조5000억원대의 2차 추경 중 2조7000억 원을 통해 경기 하방 압력 완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SOC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GTX(수도권광역급행열차)-A·B·C 개통, 흥양고속도로 확장, 주요 간선도로 보수·확충, 노후 교량 교체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 건설기술 지원도 추진한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빌딩정보모델링(BIM)을 활용한 설계·시공 자동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도입이 골자다. 해외 인프라 진출 지원책도 담겼다. 중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 수주를 확대하고, 금융·외교 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6·27 대출 규제와 산재 처벌 강화 예고로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고 있어 부양책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초기에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출 규제와 산재 이슈로 건설사들이 숨죽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추경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사고 발생 시 매출 규모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 부담이 훨씬 크다"며 “대형 발주보다 지방 부동산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스마트 건설 지원도 국가 차원의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공기 단축 압박 속에 안전까지 챙기는 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는 가덕도신공항, GTX 일부 구간 등 대형 공사의 공정이 빡빡해 안전·품질 관리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SOC 확대보다 주택사업 규제 완화가 더 절실하다"며 “입주율 하락과 대출 규제로 현장 어려움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사업은 할 수 있는 업체가 한정돼 있고, 공사비 현실화와 지방 세제 혜택이 민간 사업 활성화에 더 직접적"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대책은 구체적인 실행안이 없어 업계가 방향을 잡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시장 수요와 산업 구조에 맞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다른 산업이 성장하면 뒤따라 수요가 생기는 구조"라며 “SOC나 스마트 건설 지원의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공이 필요 이상 개입하면 시장 왜곡 가능성이 크다"며 “적정 수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은 과거 뉴딜처럼 절대적 인프라 부족 시기가 아니다"라며 “외국인 노동 비중이 커져 경제 유발 효과도 달라졌다. 무리한 SOC 투입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춘 공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책은 분양시장이나 주택 거래에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급 확대나 양도세 완화처럼 직접 수요 자극책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효과가 나타나려면 하반기 이후나 돼야 하고, 수도권은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 조기 확대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방은 악성 재고 해소와 세제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