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산업재해예방 태스크포스(TF)와 안호영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최근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의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산업재해 처벌 강화 기조에 건설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잇따르는 산재 사고에 현장 안전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과도한 규제가 기업 활동을 옥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전문가들은 자발적 투자와 인센티브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30대 외국인 근로자가 감전 추정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8일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에 착수했다가 공사를 재개한 첫 날에 또 다시 중대 사고가 발생하자 '멘붕'에 빠진 상태다. 회사 안팎에서 현장 안전관리 실태에 대한 비판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는 '소년공'이자 산재 피해자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산업 재해에 초강경 대처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석상에서 포스코이앤씨를 콕 집어 “건설 현장의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과 다름없다"며 징벌적 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대처를 지시했었다. 이에 경찰은 전국 18개 지방청에 '산재 전담 수사팀'을 신설해 중대재해 사건 수사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여당과 함께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작업을 논의 중이다.
이 법안은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 최대 3% 과징금 △1년 이하 영업정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 부과를 골자로 한다. 발주자와 설계자, 감리자까지 책임 주체를 확대해 중대재해처벌법보다 한층 강력한 규제를 담았다.
건설업계는 안 그래도 불황 장기화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 규제가 강화되자 불만이 가득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현장 부담이 큰데, 매출 3% 과징금과 영업정지까지 가능하면 사실상 사고 한 번이 사업 중단이 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원가 상승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서 기업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걱정이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사는 한 번의 사고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며 “법 취지가 산업 재편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건설 현장 사망자는 2022년 238명, 2023년 244명, 2024년 207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건설업 비중은 70~80% 수준으로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규제와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산업재해 근절이라는 취지는 타당하지만, 과징금과 영업정지 규정은 지나치게 징벌적"이라며 “중복 규제 정비와 과징금 차등화가 필요하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안전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병행해야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