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개선 흐름을 보이며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도 자체사업 매출 인식과 정비사업 수주 효과가 반영되며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하다. 분양시장 불확실성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국면은 끝나지 않았다"며 실적 반등이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신중한 시선을 보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HDC현산은 연결기준 영업이익 803억원으로 전년 대비 49.1% 증가했고, 매출액과 순이익도 각각 7.0%, 11.2% 늘었다. 서울원 아이파크와 청주가경 아이파크 6단지 등 자체사업 매출이 반영됐고, 원가율 개선이 실적을 끌어올렸다.
현대건설도 영업이익 2117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중동 플랜트와 토목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고, 일부 국내 리스크 현장을 제외하면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컸던 것에 비하면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DL이앤씨는 영업이익 증가 폭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내놓은 DL이앤씨의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예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6% 감소한 1조9137억원이다. 반면 영업이익(1078억원)은 230.9%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작년에 착공한 9100가구 규모 물량의 공정률이 높아지며 외형 확대에 기여했고, 플랜트 부문에선 샤힌 프로젝트 등 3개 현장의 매출 기여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사들의 실적 호조 배경은 과거 분양한 자체사업 매출 인식이다. 정비사업 수주도 수주잔고 확대와 브랜드 회복 등 긍정적 효과를 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좋은 사업장에서 매출이 본격 반영되면서 2분기 실적이 잘 나왔다"며 “6·27 대출 규제의 영향은 하반기보다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역시 기존 분양사업의 수익이 이어지며 방어는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낙관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는 수도권 핵심지에 집중돼 있고, 지방은 분양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상황"이라며 “하반기 역시 방어 중심 흐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변수로는 6·27 부동산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지역에서의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대출의 보금자리론 전환도 차단했다. 전세자금·신용대출 규제도 예고되며 실수요자의 대출 여건이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경기 아파트 계약 해제는 발표 3주 만에 326건에 달한다. 특히 강남권 등 상급지에서 고가 거래 해제가 급증하며 시장 심리가 위축됐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번 실적은 과거 착공 사업장의 매출이 인식된 결과일 뿐, 현재 시장 상황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라며 “PF 리스크와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위기로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금은 회복이 아닌 버티는 장세"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6·27 대출 규제 이후 분양 일정 지연 △자재·노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정부 SOC 예산 집행 속도 △중동 플랜트 수익 반영 시기 등이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치만 보면 반등한 것 같지만 체감은 여전히 냉랭하다"며 “버티는 장세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