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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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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회사채 발행 146조 ‘역대 최대’…80%가 차환목적 ‘저금리로 갈아타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28 15:13

올해 상반기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 규모가 146조원에 육박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3년 전 고금리에 빌린 회사채를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차환 발행'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회사채와 주식 발행 반기별 추이

▲회사채와 주식 발행 반기별 추이

28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에 따르면 올해 6월말까지 공모발행액은 149조9324억원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145조6986억원으로 1년 전과 견줘 9.3%(12조4516억원) 늘었다. 회사채는 일반 회사채, 금융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합해서 집계하는데, 세 항목 모두 발행 실적이 늘면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발행 규모를 기록했다.


상반기 일반 회사채는 지난해 같은 기간(33조5195억원)에 견줘 4조3125억원 늘어나 37조8320억원을 발행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았던 결과로 해석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기본적으로 발행 시장이 좋았다"며 “채권 조달 비용도 낮아지고, 수요 예측 결과도 좋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반기에 은행채나 공사채 공급이 제한적이어서 신용채권 중 일반 회사채로 상대적인 수요가 쏠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연초 효과가 뚜렷해지는 경향도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회사채 발행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연초 효과는 매년 1~2월 초반에 회사채 발행 여건이 좋아지는 경향을 말한다. 투자기관의 자금 수요가 늘고 시장 전반의 신용 스프레드가 안정되면서 발행 여건이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연초에 별도 신용 이벤트가 없었고, 연초에는 신용 스프레드가 많이 빠지다 보니 연초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회사채 자금용도별 발행 비중 추이

▲일반회사채 자금용도별 발행 비중 추이

일반 회사채 발행 실적을 자금 용도별로 보면, 기존에 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한 차환 목적 발행이 80.9%였다. 시설 자금 목적의 일반 회사채 발행은 1조352억원에 그쳤다. 최근 5년간 상반기 기준 최저 수준이다.




2021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반 회사채의 자금 용도별 발행 비중을 보면 차환 목적은 2021년 53.6%에서 올해 상반기 80.9%로 오름세지만 시설 자금 목적은 같은 기간 18.7%에서 2.7%, 운영자금 목적은 27.7%에서 16.4%로 내림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년 전에 고금리로 발행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며 차환 비중이 높아졌을 것"이라며 “경기가 좋지 않은데 시설투자를 늘리기 위해 자금을 조달할 유인도 적다"고 말했다. 이어 “차환하더라도 채권을 사줄 수요가 없으면 할 수 없는데, 수요 측면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쁘지 않다"며 “개인도 채권 투자를 많이 늘렸고 기관도 레버리지 펀드로 채권을 많이 샀다"고 말했다.


금융채 발행은 97조3876억원으로 4조9684억원(5.4%) 늘었다. 금융채 중에서 기타금융채는 61조9888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7조1196억원(13%) 늘었다. 보험사가 건전성 규제를 지키기 위해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5조15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올 상반기 주식 발행은 4조2337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16.6%(8417억원) 줄었다.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모두 감소한 영향이다. 기업공개는 중소형사 위주로 진행되면서 1년 전에 견줘 1170억원 줄었다. 상반기 중 1000억원 이상 기업공개는 LG씨앤에스 한 건뿐이다.


유상증자 건수는 올해 상반기 24건으로 1년 전(23건)과 비슷했지만, 건당 규모가 평균 1160억원으로 1년 전에 견줘 400억원 가량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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