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연결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실적 고공행진이 거침없다.
지난 4~6월에 해당하는 2분기 실적에서 사상최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분기 호실적에 이어 2분기까지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어가며 상반기에만 1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규모로 키웠다.
따라서, 시장에선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의 상승 흐름이 이어질 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HBM시장에서 경쟁 심화, 가격 하락 가능성 등 변수가 부각되면서 성장세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4일 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22조2320억원, 영업이익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매출 35.4%, 영업이익 68.5%의 '놀라운 성장'을 과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로, 직전 최고 실적인 지난해 4분기(매출 19조7670억원, 영업이익 8조828억원)를 2분기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이 같은 실적 상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HBM 매출 호조' 덕분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업계 최초로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조기 양산하고, 엔비디아향 공급을 대폭 확대하면서 기술력과 공급 우위를 동시에 확보했다. 이미 6세대 격인 HBM4의 샘플도 선제 공급에 나선 상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에 따라 AI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HBM3E 12단 판매를 본격 확대하는 등 AI 메모리 경쟁력과 수익성 중심 경영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1분기에도 SK하이닉스는 매출 17조6391억원, 영업이익 7조440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77%, 158% 고성장을 구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놓은 터라 SK하이닉스의 2분기 질주가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그러나, 하반기에도 SK하이닉스가 고공행진을 만끽할 수 있을 지는 전망이 혼재한다. HBM 경쟁 심화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HBM3E 가격이 올해보다 30% 하락하고, HBM4 가격 프리미엄도 이전세대의 45%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 HBM 평균 가격도 올해보다 약 10% 감소할 것"이라는 악재성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내년부터 마이크론·삼성전자 등 경쟁사의 양산 확대에 따라 HBM 공급이 늘고, 이에 따라 공급자 중심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고성 분석으로 업계는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HBM 가격 하락 우려로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으나, 현재로선 경쟁 구도 자체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낮다"며 “AI 수요 강세 흐름을 감안하면 오히려 수요 측면의 업사이드가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xAI, OpenAI, 메타 등 프론티어 모델 개발 업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고, 중국 H20 모델의 대중 수출 허가 등도 HBM 수요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시장의 일부 우려를 일축하듯 하반기 실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SK하이닉스는 “에이전트 AI, 피지컬 AI 등으로 AI가 고도화되고 있고, HBM은 AI 성능과 직결되는 만큼 수요 성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향후 HBM 시장을 SK하이닉스가 지속해 주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도 내비쳤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장(사장)은 콘퍼런스 콜에서 “SK하이닉스가 오늘날 AI 메모리 리더로 부상한 데는 고객의 페인포인트 해결에 집중하는 방식과 탄탄한 팀워크 등 기업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소프트한 경쟁력은 따라올 수 없는 SK하이닉스만의 차별화된 가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