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상 SKT 대표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지난 4월 발생한 유심정보 해킹 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 추세가 진정되면서 '수성 모드'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SKT를 둘러싼 불확실성 요소가 적지 않아 업계 안팎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떠난 가입자 수는 약 83만5214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 망 이용자를 포함한 전체(약 2480만명) 가입자 수의 약 3.3% 수준으로, 당초 예상보다 이탈 규모를 줄였다는 평가다.
가입자 이탈을 방어한 배경엔 SKT가 내놓은 고객 보상안과 가족 결합이 꼽힌다. SKT는 지난 4일 약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했다.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8월 통신요금을 50% 줄인 게 골자다.
가족 구성원의 총 가입연수에 따라 휴대폰 요금을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가족 결합 요금제 가입자가 많은 것도 한몫한다. 다른 통신사로 옮길 경우 혜택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판단에 상당수의 가입자가 잔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안갯속이다. 시장점유율이 10년 만에 30%대로 하락한 가운데 고정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SKT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발생한 비용과 가입자 이탈에 따른 손실 또한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1인당 평균매출(ARPU) 5만원을 가정해 가입자 순감에 따른 매출 감소 규모를 417억6070만원으로 잡았다. 해킹 사고 관련 비용 규모는 △유심 무상교체 비용 2000억원 △신규영업 중단에 따른 유통망 손실 보상액 200억원 △번호이동 위약금 656억원 △요금 감면 관련 비용 3592억원 등이 예상된다.
정부의 과징금 부과 여부도 중장기적 리스크로 남아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킹 사고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의 번호이동 담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담당한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 8일 SKT에 대해 과징금 388억원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개보위는 이번 해킹 사고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개보위가 SKT의 지난해 매출(17조원)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경우, 약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보상안과 해킹 사고 관련 비용, 최대 규모 과징금, 부대비용 등을 모두 합산하면 실제 손실은 2조원대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향후 신용등급 변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신 사업은 현금 창출력이 안정적인 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다. 다만 시장 점유율이 사업 성패를 판가름하는 구조인 만큼, 가입자 추가 이탈이 나타날 경우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의 통신사 모니터링 요인은 △가입자 순증 추이 △수익성 변화 △현금 창출력 유지 여부로 전해진다. 이들은 가입자 증감 여부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가입자 순위 자체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낮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실제 주요 신용평가사 또한 이 점을 고려해 SKT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단통법 폐지로 가입자 유치전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T가 마케팅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관련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이탈에 따른 무선서비스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해 가입자를 다시 늘리고,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강화하는 데 올해 비용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