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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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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게편?…사우디, ‘중국 덤핑공습’ 비판에 “비용감소 주역” 두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23 10:22
CHINA-ECONOMY-FORUM

▲아민 네사르 사우디 아람코 최고경영자(사진=AFP/연합)

중국이 태양광 패널, 전기자동차 등의 제품을 미국,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헐값에 수출하면서 '2차 차이나 쇼크'에 직면할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오히려 중국을 두둔하고 나섰다.


22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개최된 제26회 세계 에너지총회에서 연설을 통해 중국을 옹호했다.


나세르 CEO는 “태양광 발전 비용감소와 관련해 중국의 큰 도움이 있었다"며 “태양광 패널과 관련해 많은 일들이 일어났던 이유는 중국이 가격을 줄이는 측면에서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와 관련해서도 동일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며 “중국 전기차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해 33%~50%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2050년까지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세계화와 협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중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나세르 CEO의 이러한 주장은 세계 각국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경기침체로 내수가 부진하고 재고가 폭증하자 중국은 생산된 제품을 헐값에 수출하고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7.5%에서 25%로 3배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도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매기겠다 예고한 상태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이달 초부터 중국 태양광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이렇듯 나세르 CEO가 중국의 저가 수출을 두둔하는 배경엔 중국이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방이 원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소비 감축에 노력을 이어가자 사우디는 최대 시장인 중국과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FT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날 중국 민영 석유화학사 헝리석화의 지분을 10% 사들인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사우디는 원유 공급처를 또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아람코는 지난해에도 36억 달러를 들여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10%를 매입했고 다른 두 기업과 합작해 정유 및 석유화학 단지를 구축했다.


아람코는 현재 원유 생산량의 40% 가량인 하루 40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을 통해 석유화학 제품으로 변환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세르 CEO는 아울러 서방이 기후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관련해 개발도상국들의 에너지 소비 전망치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서방의 많은 정책입안자들은 에너지 전환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석유와 가스의 소비는 북반구에서 40%, 남반구에서 60%씩 이뤄지고 있는데 2050년에는 남반구 비중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맥락에서 아람코는 2050년까지 배출량 순 제로(net zero)를 달성할 계획이지만 석유와 가스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아람코는 수소에 대해서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나세르 CEO는 “수소를 시장에 출시해 에너지 전환에 도울 것"이라면서도 “이를 위해선 15~20년 동안 지속되는 계약이 필요한데 우리가 제시한 수소 가격(배럴당 200~400달러)으로는 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기후목표를 둘러싼 각국의 논의가 “매우 감정적이고 혼돈 그 자체"라며 “배출량을 감축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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