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사진=AP/연합)
올해 연초 전기차 가격 인상에 나섰던 글로벌 완성차 업체 포드가 판매가격을 돌연 인하키로 하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가속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전기차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재고가 급속도로 불어나자 전기차 스타트업들이 더욱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 5일부터 F-150 라이트닝 전기 픽업트럭 가격을 최대 7.5% 인하했다. 가격이 가장 크게 인하된 모델은 지난해 선보인 F-150 라이트닝 플래시(Flash)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델로, 5500달러가 할인되면서 현재 6만7995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인기있는 XLT 스탠다드 레인지 모델은 2000달러, 라리앗 익스텐디드 레인지 모델은 2500달러씩 할인됐다. 다만 보급형인 라이트닝 프로 모델 판매 가격은 5만 4995달러로 기존과 동일했다.
포드의 이번 인하 조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 1월의 가격 인상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앞서 포드는 지난 1월 초 2024년 F-150 라이트닝 전기픽업을 모델에 따라 2000달러~1만달러 가량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배경엔 업계의 지속적인 가격 할인에도 전기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둔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케빈 타이낸 애널리스트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 업계의 20억달러 규모의 할인에도 지난 1분기 업계 재고는 202% 급등했다. 현재 F-150 라이트닝과 머스탱 마하E는 출시 이후 가장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타이낸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시작 당시 포드 딜러들의 F-150 라이트닝과 머스탱 마하E 재고는 130일로 1년전 31일 대비 크게 늘어났다"며 “공장 인센티브 적용 전에도 이들은 판매가 대비 3500달러 넘게 할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산 전기차들도 판매량이 부진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으로 수출한 중국산 전기차 재고가 쌓이자 주요 항구가 주차장이 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전기차가 예상했던 것보다 팔리지 않자 일부 업체가 항구 주차장을 창고처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주행 중인 테슬라 전기차(사진=AFP/연합)
이런 와중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전망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1670만대로, 전년대비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3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3%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또 테슬라의 1분기 판매량이 크게 급감했다는 것은 업계가 최악의 상황에서 아직도 못 벗어나 추가 가격 인하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투자회사 '로버트 W.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의 2분기 인도량이 44만4510대로, 작년 동기보다 4.6%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업계가 스타트업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한때 테슬라 대항마로 각광받던 리비안이나 루시드 주가는 포드의 가격 인하 소식에 모두 종가 기준 상장이후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
상장 첫날 9.89달러를 기록한 루시드 주가는 이날 2.50달러까지 추락했고 리비안의 경우 상장 첫날 129.95달러에서 이날 9.57달러로 주가가 93% 폭락했다.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전쟁은 마진 축소로 이어지는데 리비안이나 루시드와 같이 수익성이 불확실한 업체들에겐 타격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자금난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폐지된 사례도 있다. 지난달 25일 NYSE는 주요 완성차 업체로부터 투자를 끌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과 그간 나돌던 파산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한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에 상장 폐지를 통보했다.
NYSE는 피스커 주식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등 상장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스티브 맨 애널리스트는 “포드의 F-150 라이트닝 가격 인하 소식은 리비안과 루시드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며 “두 스타트업은 모두 현금을 절약해야 하는데 업계의 추가 전기차 가격 인하 가능성으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