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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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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수소발전 입찰 어쩌나”…늦어지는 국가 간 탄소이동협정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4.11 13:39

호주와 협정 없으면 SK E&S 6월 입찰 참여 불투명

에경연 보고서 “협정 체결돼야 CCS사업 시작 가능”

산업부 “우리는 적극 추진, 상대국이 규정 마련 오래 걸려”

SK E&S의 탄소·포집·저장(CCS)을 통한 블루수소 사업 개요도.

▲SK E&S의 탄소·포집·저장(CCS)을 통한 블루수소 사업 개요도.

청정수소발전(CHPS) 입찰이 두 달 앞으로 다가 온 가운데 탄소·포집·저장(CCS) 방식을 통한 블루수소로 입찰에 참여하려는 국내 사업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이 사업이 본격 착공하려면 포집한 탄소를 매장하려는 해외국과 우리나라 간의 탄소이동 협정이 맺어져야 하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세계 처음으로 시도되는 이번 CHPS 입찰에서 중요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협정이 늦어지면 입찰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국책연구원까지 빨리 국가간 탄소이동 협정이 맺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세계 최초로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이 개시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SK E&S이다. 회사는 국내 유일하게 CCS 방식으로 생산한 블루수소로 입찰에 참여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충남 보령에 연산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SK E&S는 호주에서 들여온 천연가스를 탄소와 수소로 개질해 여기에서 생산한 수소는 청정수소발전 연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포집한 탄소는 액화시킨 뒤 배를 이용해 다시 호주로 가져가 바유운단 폐가스전에 영구 매립한다.


SK E&S는 이 사업을 위해 대부분의 제반 여건을 마련했으나 핵심적인 하나만 아직 해결을 못했다. 바로 탄소를 호주에 매립할 수 있는 허가권 획득이다. 이 허가권은 기업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탄소이동을 허용한다는 국가 간 협정이 맺어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 호주 간 협정이 아직 맺어지지 않고 있어 SK E&S로서는 본격적인 사업 착공에 나서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지난 2월 2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를 찾은 마델린 킹 호주 자원·북호주 장관과 만나 CCS 투자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양국간 탄소이동 협정 체결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협정은 맺어지지 않고 있다.




SK E&S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에서 CCS 사업을 진행 중인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우리나라와 해당국 간의 탄소이동 협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 간 탄소이동 협정 체결 절차는 2022년 4월 이후로 상당히 간소화됐다. 이전에는 탄소가 폐기물로 규정돼 폐기물 해양투기 금지 내용을 담은 런던의정서에 의해 사업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런던의정서 당사국들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CCS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사업이 가능하도록 2019년 의정서의 폐기물 규정에서 탄소를 제외하기로 한 개정안을 결의했다.


이에 따라 의정서 당사국들은 결의안을 수락하고 이 수락서를 국제해사기구(IMO)에 기탁한 뒤 CCS 상대국과 협정을 맺고 이를 IMO에 통보하면 절차는 완료된다. 우리나라는 2022년 4월 개정안을 수락했고, 호주 역시 2023년 11월 이를 수락했기 때문에 양국이 협정만 맺으면 CCS 사업은 가능하게 된다. 말레이시아와 같이 의정서 당사국이 아닌 곳은 양국 간 협정만 맺으면 된다.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 어느 곳과도 탄소이동 협정을 맺지 않고 있어 오는 6월 CHPS 입찰 참여는 물론 다른 사업들도 본격 착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책연구기관도 우리나라의 CCS 협정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추다해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탄소 공동저장 동향 및 국제협약에서의 시사점' 보고서에서 “CCS 프로젝트 개시를 위해 런던의정서 개정안에 대한 약정 또는 협정 체결 절차가 조속히 완료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양자 협약 혹은 약정 체결이 선결돼야만 이산화탄소 선박 수송을 위한 실증이나 국외 탄소저장을 위한 첫 단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가간 탄소이동 협정 업무를 맡고 있는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 우리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협정을 맺고 싶어 한다. 하지만 탄소를 매립하는 국가에서는 사업이 세계적으로 초기단계이고, 다른 나라의 탄소를 매립해야 하다보니 관련 규정을 꼼꼼하게 수립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 E&S 측은 “당사는 사업 일정을 고려해 국가간 이송을 추진 중으로, 현재까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CHPS 입찰 및 낙찰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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