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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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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탈락 KT·카카오, ‘빅테크 협업’ 안 통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5 16:27

LLM 자체 개발·오픈소스 개방 이력 풍부하나 고배

달라진 정부 기조가 변수 돼…독자적 기술력 강조

ㅇㅇ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네이버클라우드·SK텔레콤·LG AI연구원, 엔씨 AI, 업스테이지가 선정된 가운데 KT와 카카오가 탈락했다. 이에 대한 상황을 챗GPT로 묘사한 모습. 사진=챗GPT

국가대표 인공지능(AI) 정예팀이 추려진 가운데 유력 후보였던 KT와 카카오가 탈락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보유한 AI 기술 순위가 공식적으로 매겨지는 사업이었던 만큼 여파가 클 전망이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참여 팀으로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LG AI연구원 △엔씨 AI △업스테이지 등 5곳을 선정했다.


이들과 경쟁을 펼친 KT와 카카오는 고배를 마셨다. 당초 사업 선정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기업들이었던 만큼 탈락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양사 모두 자체 개발 거대언어모델(LLM)과 오픈소스 공개 이력이 있어 공모 요건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이들 대신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씨 AI가 이름을 올리며 업계 예상을 깼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보단 AI 기술력 공식 입증 차원의 문제였다. 이런 요소들이 향후 기업 경쟁력으로도 귀결되기 때문"이라며 “이들과 평소 라이벌 구도로 엮여 왔거나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적었던 기업들이 선정돼 내부 혼란도 적잖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들의 AI 사업 전략이 정부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프롬 스크래치(처음부터 자체 개발) 기술력 △서비스 경험 및 범용성 △외연 확장성 측면에서 당락이 갈렸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지난해부터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가장 활발히 추진 중이다. 자체 개발 모델과 외부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동시 활용하는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에 입각한 조치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카카오톡 및 카나나의 주요 서비스에 오픈AI의 AP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KT 또한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업을 통해 GPT-포오(4o) 기반 한국형 AI를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서비스에는 MS의 대화형 AI '코파일럿'이 도입된다.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은 사업 비용은 줄이면서 작업 속도는 향상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두 기업 모두 적은 비용으로 시장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해당 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기술 독립성을 강조하는 '소버린 AI'로 정책 기조가 재편되면서 힘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외산 AI 도입을 통한 기술 의존 성향을 보여온 점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과기정통부의 선정 결과 발표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예팀 선정 기준에 대해 “우리 데이터와 독자적 기술력으로 만든 아키텍처(구조) 기반 개발 경험과 오픈소스 공개 이력 등을 종합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 설계, 학습 등 전 과정을 자체 역량으로 구축한 팀이 통과했다는 설명이다.


양사가 현재까지 선보인 소비자향(向) AI 서비스가 전무하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발표평가 기준 중 '확장성'이 큰 비중 차지했음을 감안하면, 선정 기업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서비스 이력이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KT는 최근 자체 LLM '믿:음' 시리즈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지만, 이를 활용한 AI 에이전트 서비스는 별도로 내놓지 않았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통화비서 '에이닷'·'익시오'를 운영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에이전트 서비스 '카나나'의 비공개 베타테스트(CBT)를 진행 중인 가운데 올해 하반기부터 AI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미 주요 서비스에 AI를 접목 중인 네이버에 비해선 속도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다.


AI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책 방향과 사업 기조의 부합성, 개발 속도와 실행 역량 등이 공모 기업들의 희비를 엇가른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임차사업에는 선정됐음을 감안하면, 인프라보다도 거시적인 개발 방향을 더 많이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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