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숨겨진 원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8.06 11:02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윤덕균 한양대학교 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일본의 잃어버린 기간을 20년, 30년, 40년으로 다양하게 말한다. '잃어버린 20년'은 10년 전 2015년에 제기되었다. 1995년 GDP 5조 달러가 2015년까지 20년간 동일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30년'은 10년 후인 2025년에 제기되었다. 그때까지 30년간 GDP가 5조 달러에 머물렀다. 또한, 닛케이 지수도 1989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잃어버린 40년'은 '잃어버린 30년'에 '버블 10년(1985년~1995년)'이 더해진 수치다. '잃어버린 40년'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 가치를 65.7% 절상한 플라자 합의를 맺은 1985년에서 시작한다. 1987년에 루브르 합의를 통해서 일본 금리를 5.0%에서 2%로 낮춘다.


촛불이 꺼지기 전에 밝게 타오르듯 일본경제는 낮은 금리로 1985년에서 1991년에 걸쳐 부동산, 주식, 명품, 문화재 등 국내외 사회 전반에 걸쳐 거품이 전개된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985년 11,992에서 1989년 38,915포인트로 3.5배 상승한다. 부동산도 같은 기간 3.5배, 골프장은 4배 폭증한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산다는 말이 유행했다. 1989년 세계 시총 20위 기업에 14개의 일본 기업이 포함되었다. 젊은이들은 고급 차 폭주족, 명품 플렉스, 레저 열풍이 불고 세계 명품의 70%를 일본이 소비했다.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 리조트의 60%를 사들이고, 록펠러 센터, 페블비치 골프장 등 미국 부동산을 투매했다. 이러한 일본경제는 1989년 재할인율 인상으로 금융 긴축이 시작되어 1,500조 엔 규모의 자산이 공중분해 되면서 붕괴했다.


일본경제 붕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의해서 이미 예고되었다. 1981년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서울시가 나고야시를 꺾고 1988년 올림픽 최종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이다. 당시 일본의 GDP($1조 860억)는 한국의 17배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발로 GDP 격차는 1990년 11배, 2000년 9배, 2010년 5배로 급감했다. 드디어 2024년 한국의 1인당 GDP($36,132)가 일본의 1인당 GDP($32,859)를 추월했다. 일본의 전체 상품 수출액이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쌀을 사려고 공항에서 줄을 선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강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8위다. 2024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이 내놓은 '2024 글로벌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위, 일본은 7위다. 2024년 OECD 국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1위, 일본은 5위다. 폭삭 망한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주요인으로 1995년의 고베 대지진, 2011년의 도호쿠 대지진 등 천재지변과 외생변수, 특히 미국의 환율 조작과 금리 인하 등을 든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1970-80년대, 세계 최고 품질 경쟁력의 일본경제 폭망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실마리를 일본 뿌리 산업의 원조라고 할 오타쿠 공단에서 찾는다. 7·80년 대에 이곳은 일본 장인정신 '모노즈쿠리'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만개의 공장은 2005년 5천 개로 급감했다. 뿌리 산업의 붕괴는 2009년 도요타사의 천만 대 리콜로 연계된다.


'하류사회'라는 책을 펴낸 미우라 아츠시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잘살아 보겠다는 목표 의식이 없다"라고 했다. 유학을 가지 않고 이공계를 기피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도 “요즘 일본인은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려는 소시민적 성향이 짙다"라고 진단한다. 매뉴얼 사회가 편하고 그래서 악명높은 플로피 디스크 사회가 전개된다. 성년 젊은이의 60%가 캥거루족이다.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마키는 일본 남자를 2006년 초식 동물 의미의 초식남으로 명명한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급감하는데 국민은 이민이나 입양아를 수용할 포용력이 없다. 인구가 줄고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된다. 생산 인력은 급감한다. 이것은 투기와 거품으로 노동 가치가 무너진 거품경제의 후유증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이 남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거품경제의 초입은 아닌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숙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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