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말 임대차3법 도입으로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서 전셋값이 올 하반기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이현주 기자
최근 전셋값이 고공행진 중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실수요자들이 매수를 망설이고 대신 전세를 택하면서 전세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미 한두 달 새 억 단위로 상승한 금액에 거래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오는 7월 말 임대차3법 도입으로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했다. 올 하반기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째 주(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했다.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44주 연속 상승세다.
실제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59㎡는 작년 12월 7억8000만원(1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달 2일에는 같은 동 20층이 8억5000만원에 나갔다. 인근 '서울숲행당푸르지오' 전용 84㎡도 같은 1층 전세 실거래가가 올해 1월 6억1000만원에서 지난달 7억7000만원으로 1억원 넘게 올랐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이달 14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초 시세와 비교하면 1억원 이상 오른 금액이다. 서울 은평구 '북한산푸르지오' 전용 84㎡ 역시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전셋값이 5억원대 중·후반이었지만 지난달엔 6억5000만원에 두 건 거래됐다.
이처럼 전세값이 고공행진 중인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세들어 살면서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봄 이삿철 시기가 전세사기에 따른 빌라(다세대·연립) 기피 현상이 맞물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주택시장이 장기간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매매보다는 임차수요가 높아지다보니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며 “금리도 안정화되면서 전세대출 금리도 많이 내려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를 기피하면서 아파트 전세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봄 이사철 시기도 전세 수요 상승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오는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7월 말 임대차3법 도입으로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시점이 도래한다"면서 “이들 물량은 전세 보증금을 5% 이내 범위에서 올리도록 제약을 받았는데, 집주인이 그간 올려받지 못했던 금액을 일시에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점도 있다. 전세 계약은 2년 주기로 신규계약으로 전환된 물건과 갱신한 물건이 혼재하는 만큼 만기 도래 시점에 시장이 급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거주 의무 유예로 신축 아파트 입주가 많은 강동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 전세 공급이 늘어나고 있기도 하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3월 22일 기준 강동구 전세 매물은 2752건으로 한 달 전(2353건)보다 16.9% 증가했다.
김 수석전문위원은 “전세계약 건마다 시기와 금액이 다 다르다. 과거에 굉장히 낮게 거래된 건들은 영향을 줄 수 있겠지만 대세지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거주 의무 유예 전셋값 하락 효과는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