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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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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에 손 떼는 글로벌 큰 손들…“사법 리스크 고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3.05 14:17
Spain Drought

▲가뭄(사진=AP/연합)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들이 '기후행동(CA) 100+'에서 잇따라 탈퇴하고 있다. CA 100+는 대기업들을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투자자들의 이니셔티브다.


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운용자산 규모 1조6000억 달러(약 2134조원)인 인베스코는 최근 CA 100+에서 탈퇴했다.


최근 3주 사이 JP모건자산운용·스테이트스트리트·핌코가 CA 100+를 탈퇴했고 블랙록은 이에 대한 관여를 줄인 바 있는데, 인베스코가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 가운데 5번째로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총운용자산 규모가 68조 달러(약 9경원)에 이르는 CA 100+는 2017년 출범 후 상장업체들에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정보 공유를 늘리고 기후 관련 위험을 명확히 하도록 하는 1단계 전략에 집중해왔다.


이는 실제로 효과를 내기도 했다. CA 100+가 202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66개 기업 중 75%가 넷제로(탄소중립)에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50%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런데 CA 100+가 지난해 대기업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촉구하는 2단계 전략에 돌입하겠다고 밝히자 회원사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2단계에는 회원사가 엑손모빌·월마트 등에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촉구하는 내용 등을 포함하는데, 고객들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거나 자산운용사를 고소할 가능성이 있으며 반독점법에 저촉될 우려 또한 제기될 수 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대변인은 CA 100+ 탈퇴와 관련해 “변화(2단계 도입)는 자사의 독립적인 접근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핌코도 “CA 100+ 참여는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자사의 접근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JP모건자산운용과 스테이트스트리트의 탈퇴, 블랙록의 관여 축소 등으로 CA 100+에서 14조달러(약 1경원)에 육박한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공화당에서는 CA 100+ 및 그 회원사를 타깃으로 ESG(환경·사회적·지배구조) 투자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텍사스주가 2021년 화석연료 업계에 징벌적 입장을 취하는 기업과 정부 계약을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공화당 측에서는 이들 금융사에 대한 조사 및 자금 인출, ESG 반대 법안 발의 등을 진행해왔다.


짐 조던(공화) 하원 법사위원장은 CA 100+에 대해 'ESG 카르텔'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 만큼 뉴욕타임스(NYT)는 자산운용사들의 CA 100+ 탈퇴에 대해 공화당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CA 100+ 측은 인베스코의 탈퇴에 대해 실망감을 표하면서도, 여전히 전 세계 자산운용사 700여 곳이 강력히 참여하고 있으며 출범 후 탈퇴 업체 수가 17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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