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
선진국 집값이 바닥을 찍은 후 반등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고 있는 점이 집값 회복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선진국을 광범위하게 강타한 글로벌 집값 하락세가 대체적으로 잦아들었다며 이코노미스트들 사이에선 10년 만 최악의 부동산 침체기가 전환기를 맞았다는 전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OECD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37개 OECD 회원국의 명목 주택 가격은 전 분기 대비 2.1% 상승했다. 또 같은 기간, 집값이 전 분기 대비 떨어진 OECD 회원국은 전체 대비 약 3분의 1로 나타났는데 지난해 연초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절반을 넘었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위샤트 선임 부동산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최근의 지표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집값 하락세가 바닥을 쳤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받아야 했던 집값 조정을 다 겪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끌어올리자 글로벌 주택 가격은 202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타격받기 시작했다. OECD에 따르면 2022년말 회원국들의 전 분기 대비 주택가격 상승률은 0.6%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올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모기지 금리는 하락했고 그 결과 집값 하락세가 둔화하거나 아예 반전했다고 FT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이달 들어 모기지 금리가 반등했지만 2023년 정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상태다. 특히 미국에서는 탄탄한 경제와 노동시장에 힘입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명목 주택가격이 5.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나 뉴질랜드에서도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지난해 중순 저점을 찍은 후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모기지 금리 하락에 이어 매물로 나온 주택들이 부족한 점도 지난해 4분기 집값 상승에 기여했다고 FT는 덧붙였다. 미국 투자업체 티 로우 프라이스의 토마스 위라덱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국가에서 집값이 바닥을 찍고 회복하는 중"이라며 “특히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선 이민자가 늘고 있는 동시에 건축 허가가 제한되고 있어 집값이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집값이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미국, 호주, 영국 등에선 부동산 시장이 예상 밖으로 견고해 조정기에도 명목상으로나 실질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보였던 큰 상승폭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2016 1월~2024년 1월 국가별 명목 주택가격지수 추이(2019년 4분기를 100)(자료=FT)
반면 유럽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는 경기 둔화 등으로 지난해 집값이 10.2% 꺾여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룩셈부르크 제외). EU 또한 지난해 3분기 명목 주택 가격이 전 분기 대비 0.8% 올랐지만 연간 기준으로 보면 1% 하락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위샤트는 “임대 비중이 큰 독일, 덴마크, 스웨덴 등에서는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하락은 이미 끝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P 글로벌의 실바인 브로이어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집값 조정이 끝나지 않았지만 최악은 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지 상환 비용이 여전히 높은데다 건축비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부 국가에서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남은 조정은 완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OECD 회원국을 제외한 기타 국가들은 상황이 다르다고 FT는 짚었다. 특히 중국에선 투자 수요가 거의 대부분 소멸됐기 때문에 앞으로 2년 동안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피치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