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왼쪽부터), 보령 ‘카나브’ 제품군, HK이노엔 ‘케이캡’ 제품군. 사진=각사 |
서로 다른 유통망과 영업노하우를 공유함으로써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 이미 경쟁사가 우위를 차지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하기보다 경쟁사의 우위 제품을 공동판매함으로써 매출과 제품군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동아에스티와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동아에스티가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동남아 등 30개국에서 허가 획득·완제품 생산·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세노바메이트는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주력 제품으로,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직판 체계를 갖추고 있고 캐나다, 유럽 등 100여개국에서 허가획득·기술수출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미국 뇌전증 치료제 처방 건수 1위 등극과 연간영업이익 흑자기조 정착을 노리고 있는 SK바이오팜은 동아에스티와의 공동 전선 구축을 통해 세노바메이트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동아에스티 역시 2026년 세노바메이트를 국내에 출시해 약 1300억원 규모의 국내 뇌전증 치료제 시장을 공략하는 동시에 나머지 29개국 진출도 조기에 달성해 매출 극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보령과 HK이노엔은 각각 자사의 대표 신약인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국내에서 공동판매하는 계약을 체결, 이달부터 공동 영업·마케팅에 들어갔다.
국산 15호 신약이자 국내 최초 고혈압 신약인 보령의 카나브와 국산 30호 신약이자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점유율 1위인 HK이노엔의 케이캡은 각각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주력 제품들이다.
특히, 이번 카나브·케이캡 공동판매는 국내시장에 한정된 계약이지만 국내 블록버스터 신약간의 상호 공동판매 첫 사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보령 관계자는 "보령은 (HK이노엔의 케이캡이 차지한) 소화기내과 시장으로, HK이노엔은 (보령의 카나브가 차지한) 순환기내과 시장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사업 영역도 한층 커지게 됐다"며 "두 회사가 각각 강점을 쌓아온 영업마케팅 역량을 상호 공유하면서 두 제품의 시장 지배력 강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LG화학의 국산 19호 신약인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성분명 제미글립틴)를 LG화학과 공동판매하고 있으며, 향후 각사의 해외법인 및 판매망을 활용해 두 회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해외진출에 상호 협력할 계획이다.
나아가 대웅제약은 최근 대웅제약의 국산 36호 신약 당뇨병 치료제인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와 제미글로를 한 알로 합친 당뇨병 복합제 개발에 착수, 현재 임상 1상을 마친 상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국내 당뇨병 처방 중 80% 가량을 병용요법이 차지하고 있다"며 "엔블로·제미글로 복합제는 당 분해·당 배출·혈당 조절 효과를 한 알로 얻을 수 있어 복약 순응도와 치료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국내 제약사들이 서로 차별성을 갖춘 경쟁사의 유통망을 공유해 매출 극대화를 꾀하는 공동판매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전망한다.
후발의약품일수록 낮게 책정되는 국내 약가정책 특성 때문에 자체 의약품을 뒤늦게 개발해 경쟁사의 주력시장에 뛰어드는 위험(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는 경쟁사의 우위제품 공동판매가 매출 확대에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선택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