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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흑표 전차 |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대한민국이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 등 메이저 무기 공급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단기적 성과를 위한 ‘카드’들이 장기적 로드맵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 9위 무기 판매국으로 기록됐다. 이는 2000년 대비 22계단 오른 것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8~2022년 기준 2.4%로 집계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해 한국 방산기업들이 폴란드와 140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한국 방위산업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납기를 준수한 것이 호평을 받으면서 시장 내 입지가 강화된 영향이다.
꾸준히 생산라인을 가동한 덕분에 전차·야포·전투기를 비롯한 무기체계의 가성비가 높고 자국 방위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전개한 마케팅이 수출 성과에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계약 성사를 위해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등의 옵션을 제안하는 것에 따른 우려도 고조된다. 우리 기술에 더 낮은 인건비를 결합한 가성비 제품으로 ‘부메랑’을 던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 등의 업체가 선진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그간 신흥국향 수출이 다수 이뤄진 것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국가들이 신흥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이유로 과도한 기술이전 요구가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 튀르키예의 차세대 주력 전차 ‘알타이’는 중동 시장을 중심으로 K-2 흑표 전차의 경쟁자로 언급되고 있다. 이는 현대로템의 설계 지원 및 기술 이전을 받은 것으로 현대위아도 55구경장 120㎜ 활강포 생산 기술을 이전했다. 튀르키예에서는 K-9 자주포의 기술을 라이선스해 생산한 차기 자주포 T-155 프르트나도 독자 개발이라고 주장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격차 기술로 후발주자의 추격을 억제하고 신시장 개척 등을 위해 6세대 전투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체계 포트폴리오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진화적 개발의 개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등 업계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장비 국산화율을 높이면 인권 문제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때문에 수출 판로를 넓힐 수 있다"며 "수출 금융 강화 및 국내 산업생태계 활성화 등 가격경쟁력 향상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