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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전세가격 최고점 이후 곤두박질치다 보니 역전세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안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해 1월부터 내림세로 전환한 이후 올해 5월까지 17개월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역전세가 우려됐으나 오히려 최근 상승세로 전환됐다. 특히 입주물량이 몰려 전세가격 하락이 예상됐던 강남 지역에서는 오히려 1억원 이상 가격이 오르고 있었다. 이는 전세사기로 인해 빌라,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에 대한 전세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요 아파트 단지로 전세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 서울 강남·강북 주요 단지 ‘억’대 상승 흐름
6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면적 59㎡(25평)는 올해 초 평균 8억원에서 5월 9억~10억3000만원까지 전세가격이 오르더니 지난 8월 이후에는 11억2000만원까지 가격이 껑충 올랐다.
같은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74㎡(30평) 전세가격은 연초 8억2000만원에서 4월~8월 10억원대에 형성되더니 지난달에는 11억원으로 올해 최고치를 찍었다.
대치동에선 ‘대치푸르지오써밋’ 전용 59㎡(23평) 전세가격은 8월 10억5000만원대에 거래됐다가 지난달 12억원 최고가에 계약서를 쓰기도 했다.
송파구에서는 잠실동 ‘잠실엘스’ 119㎡(45평) 전셋값은 지난 9월 16억7000만원에 거래되더니 지난달에는 20억원까지 가격이 올랐다.
강북에서도 최근 힘을 못 쓰던 마포구에서도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 마포 대장주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올해 초 7억원대에 거래되다가 4~5월 8억원대까지 오르더니 이달 1일 9억3000만원에 계약됐다. 연초 전세가격에서 힘을 못 쓰던 옆 단지인 ‘마포더클래시’ 84㎡(34평) 역시 올해 초 7억원대에 거래되다가 4~5월 8억원대까지 오르더니 최근 7월 9억원 최고가를 경신했다.
◇ 계약갱신권도 증가…오름세 당분간 지속
이같은 결과는 부동산R114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실거래가 자료 분석도 설득력을 주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하반기 4개월간(7~10월) 체결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계약 중 임차인이 갱신권을 사용한 비중은 34.5%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1~6월) 32.8%에 비해 1.7%포인트(p) 오른 수치다.
업계에 따르면 향후 전세가격이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입자들이 만기가 다가오기 전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5% 미만으로도 계약을 체결하려는 모습이 보인다는 입장이다. 참고로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기준 서울 아파트 계약갱신권은 금천구(19.6%p↑), 광진구(8.9%p↑), 서대문구(6.0%p↑), 송파구(5.9%p↑), 서초구(4.6%p↑) 등 순으로 많이 활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년에도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3일 ‘2024 건설·부동산 경기 전망’ 발표를 통해 올해 남은 4분기 전세가격 상승세와 더불어 내년에도 2.0%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을 점쳤다. 서울은 올해 3만가구에서 내년 1만 가구까지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가 예측되고 있어 서울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물량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지방은 상대적으로 전세가격 불안요인이 수도권보다는 심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전세가격이 오르면 임차인 등 서민 주거비용이 증가하는 우려되는 부분도 꼽았다.
함 랩장은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지탱해주는 하방 경직성으로 인해 전세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매매가격도 하향 조정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전세가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낮고 금리 역시 높아 갭투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고 분석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