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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지원 백신 입찰 담합에 '철퇴'…제조사 등 32개사 409억원 과징금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20 15:36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백신구매 입찰담합에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글로벌 백신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가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한 조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종환 기자] 국가가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백신구매 입찰에 백신제조사까지 담합에 가담하는 등 백신총판, 도매상들이 담합해 400억원대 과징금 철퇴를 맞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글로벌 백신 제조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6개 백신총판, 25개 의약품도매상 등 32개 사업자가 백신 입찰에서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업자별 과징금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3억5100만원, 녹십자 20억3500만원, 보령바이오파마 1억8500만원, SK디스커버리 4억8200만원, 유한양행 3억2300만원, 한국백신판매 71억9500만원 등이다.

담합한 대상 백신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실시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대상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간염 백신, 결핵 백신, 파상풍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서바릭스, 가다실), 폐렴구균 백신(신플로릭스, 프리베나) 등 모두 24개 품목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질병관리청, 국방부 등이 조달청을 통해 발주한 24개의 NIP 백신 품목에 관한 170개 입찰에서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를 합의하고 실행했다.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된 들러리 관행과 만연화된 담합 행태로 인해 전화 한 통만으로 들러리를 섭외할 수 있었고 들러리 사는 입찰 가격을 사전에 일러주지 않아도 알아서 적당히 높은 가격을 써내는 등 담합이 용이하게 이뤄졌다.

정부가 2016년부터는 보건소 물량만 구매하던 ‘제3자 단가 계약 방식’에서 연간 백신 물량을 전체 구매하는 ‘정부총량구매방식’으로 조달 방식을 변경하자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총판이 백신입찰담합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직접 들러리를 섭외하고 백신총판이 낙찰예정자로 등장하는 등 담합에 참여하는 형태로 변화됐다.

이들은 유찰되거나 제3의 업체가 낙찰된 23건을 제외하고 147건을 계획대로 낙찰을 받았으며 이 중 117건(80%)은 낙찰률(기초금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이 100% 이상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통상적인 최저가 입찰에서 100% 미만으로 낙찰받는 것과는 달리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녹십자, 보령바이오파마, SK디스커버리 등 3개사는 지난 2011년 인플루엔자 백신 담합으로 제재받은 이력이 있음에도 또 다시 담합에 가담했다. 다만, 입찰 담합 사건은 제재 후 5년이 지나면 가중 처벌을 하지 않아 가중 처벌은 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백신제조사, 백신총판 그리고 의약품도매상 등 국내 백신 시장에서 수입, 판매 및 공급을 맡은 사업자들이 대부분 가담한, 장기간에 걸친 입찰담합의 실태를 확인하고 백신입찰 시장에서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제재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백신 등 의약품 관련 입찰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행위가 적발되는 경우 엄정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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