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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 치워달라" 군 선임, 강제 전역 불복했다 패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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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훈련.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권금주 기자] 근무지 이탈 및 성실 의무 위반 혐의로 정직 처분을 받은 중사가 징계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 판결을 받았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1-1부(이현석 부장판사)는 소송을 제기한 A 중사의 징계 처분은 적합하다는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 중사는 2014년 여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후, 2021년 12월 근무지 이탈금지 의무와 성실의무 위반으로 정직 3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 징계로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져 전역 처분을 받았다.

징계의 구체적 사유는 지각과 하사에게 사적인 심부름을 시킨 행위 등이 있다.

A 전 중사는 2020년 육군 모 사단에서 근무할 당시 오전 8시 30분인 출근 시간을 20∼30분씩 넘기거나 점심시간에 위병소에 도착한 날이 있을 정도로 지각이 잦았다. 그가 지각한 일수는 1년 7개월 동안 25차례에 달했다.

뿐만 아니라 심부름을 후배 여군 부사관들에게 시키기도 했다.

2020년 12월 B 하사에게 퇴근길에 쓰레기 봉투나 음료수를 사다 달라 주문했고, 이후에도 음료수 주문이나 성과상여금 서류를 대신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C 하사는 A 전 중사의 청렴 교육 문제를 대신 풀어줬고, 차량에서 짐을 옮길 때도 불려 갔다.

모두 형식상 부탁이었을 뿐 개인 심부름이었다.

급기야 2021년 1월 A 전 중사는 B, C 하사와 함께 있는 단체 메신저에서 "오늘 누가 근무냐" 묻고는 C 하사에게 독신자 숙소에 가 술상을 치워달라는 주문을 했다. 선배 부사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던 C 하사는 알겠다고 답한 뒤 A 전 중사의 숙소에 가서 혼자 술상을 치웠다.

A 전 중사는 상황실 근무 때 2시간 가량 자리를 비우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수령한 사실도 적발됐다.

이러한 사유로 여단장으로부터 징계 처분을 받은 A 전 중사는 현역 부적합 심사에 넘겨져 전역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여단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의 근거가 된 정직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소송에서 "(지각의) 근거가 된 위병소 출입 기록은 잘못 작성돼 믿기 어렵다"며 "물건을 사다 달라고 한 행위는 심부름이 아니라 부탁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독신자 숙소를 치워달라고 한 날은 당직 근무가 예정돼 있었다"며 "전날 같이 마신 술상을 간단히 치워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부대 위병소에 도착하면 병사가 신원 확인 뒤 보고하고 지휘통제실 근무자가 출입 시간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며 "시간 오류가 생길 여지가 적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후배들이 대신하게 했다"며 "나중에 자신이 숙소에 가서 해도 되는데 후배에게 술상을 치우라고 한 행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원고가 받은 정직 3개월은 육군 규정인 징계양정 기준에 부합한다"며 "원고의 비위는 군부대 질서를 어지럽히고 사기를 저하하기 때문에 기강 확립을 위해서라도 엄정 대응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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