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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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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 경고에도…아무런 조치 없었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1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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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 궁평제2지하차도로로 미호천 물이 계속 유입된 모습(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관계 기관의 총체적 부실이 불러온 참극이라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폭우로 불어난 청주 미호강 물이 무너진 제방을 넘어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덮친 시간은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다. 사고 발생 전부터 위험 신호가 여러 차례 감지됐지만 도로 통제 등 안전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금강홍수통제소는 지난 15일 오전 4시 10분께 지하차도와 직선거리로 약 600m 떨어진 미호천교 지점에 대해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충북도·청주시·흥덕구 등 76개 기관에 통보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물이 계속 차올라 범람 위기에 다다르자 금강홍수통제소는 오전 6시 34분 흥덕구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주변 주민통제와 대피에 나설 것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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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40분께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이 덮치고 있다.(사진=연합)

하지만 정작 지방도에 속한 오송 지하차도의 관리주체인 충북도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유선 통보는 매뉴얼에 없지만 금강홍수통제소는 관할청인 흥덕구에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졌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관기관에 전파될 것으로 여겼다는 게 금강홍수통제소 측의 설명이다.

흥덕구는 이 같은 사실을 본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보고했지만, 청주시는 충북도에 알리지 않았다.

사고 발생 약 50분 전 주민 신고도 있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께 "미호강네 탓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인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오전 8시 3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전파했고,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도 즉각 전달했지만 이 역시 도로 관리주체인 도청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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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7일 새벽 배수작업이 계속되는 모습(사진=연합)


또 경찰 상황실에는 오전 7시 58분께 "궁평 지하차도 차량 통행을 막아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관할 파출소 직원들이 모두 다른 침수현장에 나가 있는 상태여서 대응이 지연됐다.

경찰은 재난안전망을 통해 상황을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계 기관에 전파했다고 했으나, 미호강 하천수로 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될 때까지 아무런 안전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부실대응 논란이 거세지자 청주시는 금강홍수통제소의 전화는 대국민 안전문자 내용과 동일해 본청 부서로만 전달한 것이고, 나머지 상황은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 청주시 관계자는 "시청에 도의적 책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충북도가 도로 통제 여부를 결정해야 옳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대응 매뉴얼 상 지하차도 중심 부분에 물이 50㎝ 정도 차올라야 교통 통제를 하는데 제방이 무너지기 전까진 그런 징후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로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통제 여부를 결정하는데, 인근 제방이 무너지면서 단시간에 물이 차올라 차량 통제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며 사고 원인으로 무너진 제방을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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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오전 폭우로 유실된 청주 미호강 미호천교 아래의 제방. 이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미호천교를 건설하면서 기존의 제방을 헐어 공사차량 등의 통로로 사용하다 장마를 앞두고 임시로 만든 제방이다.(사진=연합)

지하차도와 400∼500m가량 떨어진 제방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진행하면서 설치한 임시제방이다.

하지만 행복청 관계자는 "임시제방은 홍수를 대비해 오히려 홍수 수위보다 1m 높게 설치했다"면서 "이번에 홍수 수준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는 천재지변으로 제방이 유실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재난 대응 시스템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6만톤 가량의 하천물이 지하도로로 향했다. 이에 관련 기관들의 총체적 부실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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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입구에 모래주머니가 설치되고 있다(사진=연합)

이와 관련 충북경찰청은 이번 참사 관련 실종자 수색이 끝나는 대로 전담수사본부를 꾸려 전방위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모든 기관을 대상으로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보고 체계를 우선 조사하고 제방 관리가 참사의 원인이라는 의혹도 살핀다는 계획이다.

관련 공무원들이 도로와 제방 관리에 소홀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되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해 입건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현재까지 사망 13명·부상 9명이고, 사흘째 실종자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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