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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DGB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수도권은 물론 강원, 충청을 대상으로 영업을 확대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하나은행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하나은행을 비롯한 주요 시중은행이 전국 단위로 영업을 벌이고 있지만, 충청도의 경우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물론 하나은행에게 유독 각별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존 지방은행에서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수도권, 강원, 충청 등 넓은 지역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원, 충청지역의 경우 아직 지방은행이 없는 만큼 두 지역에 거점 점포를 출점하겠다는 게 대구은행의 구상이다.
대구은행이 충청도에 공세를 강화하면 당장 타격을 입는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1998년 대전, 충남을 대표하던 지방은행인 충청은행을 인수합병하면서 고객 기반과 영업 네트워크를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1분기 충청영업그룹에서 10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충청은행을 인수한 이후에도 꾸준히 영업력을 키웠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충청도는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수장들을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충남 부여 출생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에게는 일종의 자존심과 같은 지역이다. 함영주 회장이 2013년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할 당시 충청영업그룹을 영업실적 전국 1위에 올려놓는 성과를 달성한 것은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다. 함 회장은 조직 내 신망과 소통능력을 인정받아 하나은행장에 이어 하나금융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강성묵 하나금융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에도 충청도의 의미는 각별하다. 강성묵 부회장은 2015년 대전영업본부장을 지내며 함 회장과 호흡을 맞췄는데, 이 때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것이 현재 그룹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이사로 발탁되는 중요한 토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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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
함 회장과 하나금융의 충청도 사랑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2020년 1월 대전시티즌을 인수해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재창단했다. 대전하나시티즌은 2015년 이후 무려 8년 만에 1부 리그로 승격했는데, 이 배경에는 구단주인 함 회장의 아낌없는 애정과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대전하나시티즌의 현재 성적은 7승 7무 6패로 12개 구단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하나금융 측은 "축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을 넘어 지역사회와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미가 있다"며 "충청도는 영업점, 손님 등 영업 기반이 다른 은행에 비해 강한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구은행은 충청도에서 하나은행이 갖고 있는 압도적 지위를 어떻게 빼앗느냐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의 성패도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은 전국에 거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 특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단언하긴 어렵다"며 "다만 하나은행은 함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이 충청도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고, 성과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