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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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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푸틴, 반란 뒤 中 손잡고 세 과시했지만…티격태격 신경전에 흠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7.0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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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중 정상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P/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안효건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용병 반란 이후 처음으로 외교 무대에 나서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보여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세 결집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작 같은 외교 무대에 선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우회적으로 비난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뭉친 서방과는 차이를 보였다.

다수 외신을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인도 뉴델리에서 화상으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 국민은 그 어느 때보다 단결돼 있다"며 "러시아 정치권과 사회 전체가 무장 반란 시도에 맞서 단결된 전선을 구축함으로써 조국의 운명에 대한 연대와 책임을 분명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바그너 용병 반란 당시 SCO 국가들이 "헌법 질서와 시민의 생명, 안전을 지키기 위한 러시아 지도부의 조치에 지지를 표명"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서방 제재에 "러시아는 외부의 압력과 제재, 도발에 자신 있게 저항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적대적인 반러시아 국가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 밖에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SCO와의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며 외국 무역에서 현지 통화로 결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세계 경제 위기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SCO 회원국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시 주석도 기조연설을 통해 "지역 평화를 지키고 공동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SCO 회원국들이 올바른 방향을 따르고 연대와 상호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 주석은 회원국들에 "호혜협력의 케이크를 크게 만들어 각국 인민이 더 많고 공정한 발전 성과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경제 글로벌화의 정확한 방향을 견지하고 보호주의·일방적 제재·국가안보 개념의 일반화에 반대하며 담쌓기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외부 세력이 ‘신냉전’을 조장하고 이 지역에 대립을 조성하는 것에 대해 고도로 경계해야 한다"며 "어떤 이유로든 내정에 간섭하고 ‘색깔 혁명’을 벌이는 것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일방적 제재나 디커플링 등은 중국이 미국을 비난할 때 언급해온 표현이다. 색깔 혁명의 경우도 권위주의 정권 국가에서 서방 주도로 일어나는 민주주의 개혁 운동을 말한다.

시 주석은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로 의견 차이를 해소하며 협력으로 경쟁을 넘어서고 서로의 핵심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확실하게 존중해야 한다"며 "지역 전체와 장기적 이익에서 출발해 독립 자주적으로 대외정책을 만들고 자국의 발전과 운명을 자기 손으로 단단히 틀어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는 것은 우리 공동의 책임"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각 측과 함께 대화와 협상으로 국가 간 이견과 모순을 해소하며 국제와 지역의 이슈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등 지역 안보 장벽을 튼튼히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2013년 8월 자신이 제창한 중국 주도 글로벌 경제 벨트 구축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10주년을 기념해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최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각 측이 포럼에 참가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공동으로 세계를 행복하게 하는 이 행복의 길을 더욱 넓고 멀리 개척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의장국인 인도는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공조 강화 메시지에도 최대 경쟁상대인 파키스탄과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회의 개막 연설에서 파키스탄을 겨냥해 "일부 국가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테러를 정책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테러리스트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SCO는 그런 나라들을 비판하는 것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테러는 세계 평화에 주요 위협이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단호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파키스탄이 테러와의 전쟁에서 치른 희생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재앙은 우리 지역을 계속 괴롭히고 있으며 평화와 안정 유지에 심각한 장애물로 남아 있다"며 "이를 외교적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유혹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모디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으로 풀이된다.

SCO는 2001년 중국·러시아 주도로 출범한 정치·경제·안보 협의체다.

두 나라 외에도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8개국이 회원국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란을 정회원국으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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