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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변동성 커졌는데, 무기 발휘 언제쯤...갈림길에 선 한국씨티은행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6.29 16:08

한신평, 한국씨티은행 등급 하향...타사도 등급전망 ‘부정적’



소비자금융 단계적 폐지로 시장 지위 약화...수익 변동성 확대



씨티그룹, 기업금융 노하우 이식 관건..."중장기 지켜봐야"

한국씨티은행

▲한국씨티은행.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2021년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한 이후 신용평가사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총여신에서 소비자금융자산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당 사업 철수로 시장 지위가 계속해서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의 기업금융 노하우를 이식해 한국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나, 이러한 구상이 언제쯤 실적으로 가시화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신용등급 하향 조정 첫 사례...시장지위 약화 영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작년부터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철수로 전체 외형 축소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신용등급 AAA를 유지하고, 신용도 전망은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등급전망은 당장 신용등급을 내리지는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재무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하향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한국기업평가는 한국씨티은행의 신용등급 조정 배경으로 소비자금융의 단계적 폐지로 시장 지위가 약화되고 있고, 비이자순이익 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에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기업평가가 내부적으로 분류한 기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를 제외하고 가계여신, 개인사업자대출 등 순수 소비자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주택관련대출, 기타가계대출을 포함한 가계여신 비중은 52.1%이고, 개인사업자대출은 10.8%에 이른다. 그러나 소비자금융 철수로 총여신 규모는 2020년 24조3600억원에서 올해 3월 현재 15조118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총여신점유율은 1.8%에서 1%대 밑으로 떨어졌다.


◇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이자수익 둔화 우려


이러한 점유율 하락에도 금리인상기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면서 한국씨티은행의 1분기 이자수익은 전년 대비 7.4% 늘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한국씨티은행의 이자수익 규모 자체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은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려 이자수익 감소분을 상쇄한다는 구상이지만, 비이자이익 구성 요소인 유가증권이익, 외환파생이익은 실적 변동성이 큰 탓에 비이자이익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즉 한국씨티은행은 현재 소비자금융 철수, 기업금융 강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과도기’에 놓여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금융 경쟁력은 단기간 재무실적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해 현재 상황에서는 씨티그룹, 한국씨티은행의 기업금융 경쟁력보다 소비자금융 철수로 인한 전체 외형 축소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짚었다.


◇ 씨티그룹, 기업금융 DNA 한국시장 적용 관건


결국 관건은 한국씨티은행이 씨티그룹의 기업금융 DNA를 한국 시장에서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지다. 시장에서는 한국씨티은행이 보유한 기업금융의 강점으로 씨티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금융상품 판매, 무역금융 솔루션, 국외 주식 및 채권 커스터디(수탁) 등을 꼽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점유하고 있는 기업대출과는 약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나 한국씨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철수는 씨티그룹이 글로벌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결정이기 때문에 모기업인 씨티그룹에서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서 소비자금융을 철수하고, 기업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한국씨티은행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한국씨티은행이 2027년까지 소비자금융 보호 장치를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총여신을 축소함과 동시에 기업금융에서 어떠한 지배력을 갖출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측은 "1분기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112% 증가했다"며 "씨티그룹의 흔들림 없는 지원을 바탕으로 향후에도 기업금융 사업에 투자를 집중해 한국시장에서 견고한 성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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