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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호 산은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산업은행 계열 여신전문금융회사인 KDB캐피탈 대표이사에 양기호 대표가 취임함에 따라 리스크 관리, 기업금융 특화 역량 제고,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양 대표이사가 지난 4월 말 공식 선임된 배경에는 양 대표가 보유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주효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양 대표는 1990년 산업은행 입행 이후 혁신성장금융본부장, 리스크관리부문장, 자본시장부문을 거쳤다. 특히 작년 2월에는 산은캐피탈 부사장으로 재직하며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 등의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현재 산은캐피탈을 포함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산은캐피탈의 총 영업자산은 8조3000억원이다. 이 중 기업 및 투자금융 부문이 약 76%를 차지하고 있다. 부동산PF, 인수금융 등은 금리여건,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이러한 악재가 실적 악화로 이어진 시기가 바로 2010년이다. 산은캐피탈은 당시 부동산 PF 대출채권, 관련 유동화 증권에 대한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손상차손 인식으로 1658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듬해 유가증권 관련 이익 증가, 대손충당금 환입 등으로 48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산은캐피탈은 이를 교훈삼아 대규모 부실채권 상각, 매각 등을 통해 자산건전성 지표를 꾸준히 개선시키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2016년 1분기 말 3.5%에서 2018년 말 1.08%, 2020년 말 0.75%, 작년 말 현재 0.43%로 하락세다. 다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리스, 기업일반대출 부문에서 차주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고, 산은캐피탈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운,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추가적으로 부실자산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부동산PF 잔액은 약 1조2894억원으로 영업자산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선박대출 및 선박리스는 503억원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포트폴리오의 30%를 차지하는 투자금융부문은 자산 회수 시기, 예상 이익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수익구조 내 이익변동성이 내재됐다"며 "향후 기업금융 영업자산의 대손비용 통제 여부, 투자금융 부문의 회수 성과가 수익성 지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짚었다.
대내외적인 금융환경과 함께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받아든 점도 양 대표에게 부담이다. 산은캐피탈은 지난해 순이익 1405억원으로 전년(2404억원) 대비 42% 급감했다. 지난 2월 산은캐피탈 대표이사로 취임한 김건열 대표가 1년여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고, 양기호 대표를 앞세운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양 대표는 올해 리스크 관리, 기업금융 특화 역량 제고 등도 동시에 거둬야 한다. 이 회사는 인수금융, 우량 중소 및 중견기업 대출 확대로 안정적인 이자수익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조달구조 다변화, 부동산 여신 스트레스테스트 지속, 탄력적 여신 심사 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캐피탈 측은 "지난해 실적 부진은 투자환경 악화로 인한 것"이라며 "(양기호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영 방향성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ys106@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