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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민간 비축의무·직도입 잉여물량 제3차 처분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30 14:32

국회 산자중기위, 자원안보특별법안 공청회…찬반 입장 팽팽히 맞서

정세은

▲30일 열린 국회 자원안보특별법 제정 관련 공청회 참석한 정세은 충남대 교수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 =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캡쳐)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자원안보 위기 시 민간기업에게 천연가스 비축 의무를 부여하고, 잉여물량(도시가스)에 대해서는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자는 국회 법 제정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30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공청회 열고 ‘국가자원안보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국민의힘 양금희·황운하,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 한 자원안보특별법 제정안은 자원안보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고 △자원안보위원회 구성 △자원안보추진단 설치 △자원안보전담기관 지정 △핵심자원 공급국가의 다원화 방안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자원안보 위기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발의된 법안이다.

법 제정의 취지와 자원안보를 위한 전체적인 추진체계에 대해서는 여야 간 크게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 법에서 담고 있는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직수사업자에 대한 수급의무 부과와 잉여물량에 대한 제3차 처분조항과 관련 여야는 물론 학계, 업계에서 극명하게 의견이 갈렸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4명의 진술인도 첨예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정세은 층남대 교수는 "LNG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고, 민간기업에 대한 도시가스 제3자 처분권한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발전용 LNG 직수입자들은 LNG를 수입해 발전 후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는데, 국제 가스가격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을 멈춘다. 이때 가스공사가 대신 필요 물량을 수입해 공급해야만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에 많은 양의 가스를 수입해 공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이 와중에 민간 직수입자들은 기존 저렴한 가격에 체결한 장기계약 물량을 조금씩 들여와 공급하는데, 이때에는 국내 시장에서 원료비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큰 상태에서 공급한다"며 "이로 인해 민간 직수입자들은 천연가스 현물 도입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반대로 엄청난 영업이익을 얻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정 교수는 "직수입자가 자가소비용으로 도입한 가스를 국내 제3자에게 처분(판매)하도록 하려는 것은 자원안보특별법과는 아무 관련 없다"면서 "이는 직수입자들의 우회판매 직수입 길을 열어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정희용

▲정희용 한국가스학회 회장.


정희용 한국가스학회 회장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정 회장은 우선 "자원안보특별법에 에너지효율 개선에 대한 부분을 첨부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이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자원안보 리스크가 확대되는 점을 고려해 직수입자에게 비축의무를 두는 것은 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정 회장은 "국내 천연가스 수급 책임을 지는 한국가스공사가 민간비축을 이용할 경우 직수입자의 비축 부담, 리스크 최소화 등에 대한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수입자의 제3자 처분 조항 신설에 관해 정 회장은 "과거에도 같은 법 개정작업이 시도됐으나 대기업 특혜, 체리피킹 등 도매시장 민영화 문제 등이 있어 폐지된 바 있다"며 "이미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서 직수입 물량 처분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로 이번 특별법 상에 처분특례 조항을 둘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 "천연가스 물량도 잉여물량 발생 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부당한 가격, 헐값에 판매가 아니라 적절한 요금을 치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문제는 직수입자가 자기소비할 만큼 가스를 도입하는 게 아니라 국제 가스가격이 좋을 때는 많이 가져오고, 반대일 경우에는 전혀 가져오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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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 교수.


조성봉 숭실대 교수,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조 교수는 "직수입자는 본질적으로 자가소비용이다. 자기책임 아래 모든 것이 이뤄진다. 자기책임 아래 이뤄지는 사업에 대해 비축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어 조 교수는 "전력시장, 산업용 시장은 경쟁이다. 자기가 못 팔면 자기 손해다. LNG 직수입이 상당히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가스공사가 도입하는 천연가스가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천연가스 수급은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서 장기예측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지금까지 정부 계획 상 LNG 발전량을 과소하게 예측해 가스공사가 과소하게 들여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를 직수입자가 도입해 (천연가스 수급안정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도입한 가스의 처분은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교수는 "직수입자가 들여온 가스를 가스공사에만 팔 경우 헐값에 팔게 돼 직수입사업자에 큰 손해이며 이는 곧 경쟁사업자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행위다"라며 "굳이 민간 직수입자에게 천연가스 비축의무 부과한다면, 가스공사가 아닌 제3자에 대한 가스 처분은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석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실장.


장우석 실장은 "유럽, 중국처럼 공공성을 중시하는 국가나 일본같이 LNG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도 배관시설 운영과 도입사업이 하나의 사업자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며 "자가소비용으로 구입한 물량을 한시적으로 비축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 팔 수 있어야 비축목표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간이 창의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천연가스를 도입하도록 하자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면서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가격이 쌀 때 비축하지 않고 비쌀 때 비축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으며 독점 수입이 효율적이라는 주장 또한 믿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자원안보특별법에 민간기업의 제3자에 대한 가스 처분권한을 허용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관석 산자중기위 위원장은 "오늘 진술한 다양한 내용들은 법률안 심의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해 향후 국회의 법안 처리(통과)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you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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