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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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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학회장이 엔씨소프트에 어깃장 놓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3.29 14:33
위정현교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29일 서울 강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국내 게임 학계를 대표하는 인물인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이 엔씨소프트(엔씨)를 향해 회초리를 들었다. 엔씨가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가족경영으로 책임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고, 게임 내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을 설계해 글로벌 확장 동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위 교수는 결국 이 두 가지 요인이 엔씨의 지속가능경영을 망치고 있다고 일갈했다.

위 교수는 29일 엔씨 정기 주주총회 이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엔씨가 지속가능하려면 바뀌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위 교수는 경기도 판교 엔씨 R&D센터에서 열린 주총에 참석해 엔씨를 향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위 교수는 국내 게임학계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자 엔씨 지분 4주를 보유 중인 주주다.

위 교수는 "엔씨의 글로벌 전진기지인 엔씨웨스트홀딩스는 7년 간 적자를 냈는데도, 김 대표의 배우자이자 엔씨웨스트홀딩스를 이끌고 있는 윤송이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가족경영을 하면서 책임경영은 하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등기이사라 연봉이 얼마인지도 확인이 안 된다"라며 "이게 투명한 지배구조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위 교수가 엔씨 주총에 참석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2021년에도 엔씨 주총에 참석해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이 포함된 비즈니스모델(BM)을 계속 유지할 시 엔씨의 지속가능경영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점철된 게임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흥행을 할 수가 없다"며 "엔씨는 글로벌 매출 증진에 힘쓰겠다고 하면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미래’를 팔아 ‘현재’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엔씨는 5년 전부터 글로벌 매출 증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왔지만, 엔씨의 글로벌 매출은 여전히 30% 수준"이라며 "글로벌 매출 부진의 원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위 교수는 경쟁사 넥슨이나 넷마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넥슨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이 배제된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민트로켓’과 같은 개발 조직을 만들며 새로운 시도를 한다"며 "책임경영을 회피하는 가족경영이 아니라, 이정헌 대표가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이기 때문에 건설적인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넷마블에 대해서도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2021년 주총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회사의 계획을 깔끔하게 밝혔다"라며 "소통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 교수의 소통 방식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학회 이름으로 간담회를 개최하고, 특정 기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다소 지나친 것 아니냐는 견해다. 엔씨의 경우 비교적 재무구조도 튼튼하고 배당도 높은 축에 속한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의존을 문제로 꼽고 있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만 보면 오히려 주주들에게 이익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위 교수는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경영 환경의 트렌드는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며 "엔씨가 바뀌려면 김택진 대표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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