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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이동읍 일대에 반도체 호재가 뜨자 해당 지역 부동산이 떠들썩하다.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준현 기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집 한 번 안 보고 계약하고 있어요. 방금도 한사람이 두 건 계약하고 갔고요."(용인한숲시티 인근 공인중개소 A대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에 위치한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 현장. 오전 10시께 단지 주변 몇몇 카페들에서만 입주민들의 수다를 들을 수 있는 한적한 동네다. 그러나 오후가 되니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사무소 안에는 끊임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와 손님 상담이 줄을이었다. 당장 계약할 손님이 아니면 상담이 미뤄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이곳이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발표 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6725가구 대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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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내 육교에 걸린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선정 경축 현수막. 사진=김준현 기자 |
◇ 호재 뜨니 위약금 물고서라도 계약 취소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지난 15일 경기 용인시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로 인한 땅 투기를 방지하고자 지난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도시지역내 주거지역은 토지지분 60㎡를 초과하면 실거주해야 한다.
그러나 용인한숲시티는 2단지와 4단지 정도만 제외하면 대부분의 단지에서 실거주 없이 투자가 가능하다. 특히 30평대 매물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부터 3월초까지 84㎡(34평)가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이하로 거래된 물건이 보름 만에 4억1000만원에서 4억5500만원으로 1억원 이상 크게 올랐다.
이날 기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단지부터 6단지까지 있는 이 아파트에서 3월 총 40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이 중 7건 정도만이 발표 15일 전에 거래됐고 33건이 이후에 팔렸다. 지난 1, 2월 총 29건이 거래된 것과 크게 비교된다.
게다가 발표 이전에 거래된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계약금 두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약을 취소하고 있다. 특히 3월에만 19건의 계약취소가 있었다. 위약금보다도 추후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집주인의 마음이 크다는 방증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A대표는 "요새는 매매로 내놓은 집만 있으면 바로 나가고, 심지어 집 한 번 안 보고 계약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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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전경. 사진=김준현 기자 |
◇ 용인한숲시티, ‘한숨시티’ 조롱 끝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 2015년 10월 초기 분양당시 분양률이 40%대에 그쳤다. 논밭과 산에 둘러싸여있고 교통도 불편해 당시 ‘한숨시티’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나마 초·중·고교와 시립도서관, 시립체육관들이 있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는 이미지가 구축되면서 동탄2신도시에서 이사 오는 수요가 많아졌다.
전국 집값 상승기에는 5억원에 도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꺾이며 이 단지 역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찰나였다. 그러다가 15일 기준 ‘반세권’(첨단 반도체 공장 입지)으로 떠올라 한숨시티라는 과거 오명을 벗었다.
이날 용인한숲시티 물건을 계약한 B씨는 "지역 일대가 평지이고 가구 수도 많고 가격도 지속 우상향할 것 같다. 나중에 실거주하더라도 적합하다고 생각해 계약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토지를 거래할 경우에는 상업용 및 공업용지로써 실제 사업을 해야 거래를 허가해 줄 수 있어 사실상 투자 목적 토지 매입은 어렵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호재일수록 기획부동산의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볼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kjh123@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