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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사상 첫 저축은행 업계 출신 저축은행중앙회장인 오화경 회장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 각종 위기에서도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업권 간에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은 오 회장이 부동산 경기 침체 관련 시장과 업권의 우려, 금융당국의 대응책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오 회장은 지난해 2월 제19대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는다. 오 회장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조직개편이었다. 리스크관리실, 디지털혁신본부를 새로 꾸려 중앙회 내부통제 강화와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조직은 작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PF 부실 우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에도 저축은행 업계와 중앙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토대가 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올해 초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사고 예방,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오 회장이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연초부터 전국 79곳 저축은행이 참여하는 PF대출협의회를 구성해 PF 현황을 점검하고, PF 대출 연착륙을 지원하고 있다.
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10조5000억원인데, 이는 전체 대출액의 9%에 불과하다. 연체율은 2%로 낮은 수준이다.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당시 전체 대출액 가운데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PF 대출 부실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게 오 회장의 지론이다. 이에 금감원과 저축은행 업계, 저축은행중앙회는 최근 저축은행 업권만 참여하는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약’을 통해 부동산 PF 대출 위험을 관리하고, 부동산 PF 시장 연착륙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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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중앙회. |
저축은행 업권 특성을 반영한 자율협약이 가동될 수 있었던 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리스크 관리가 절실하다는 오 회장의 철학과 금감원, 저축은행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오 회장이 아주저축은행 대표이사, 아주캐피탈 대표이사, 하나저축은행 대표이사를 지내며 쌓아온 업권에 대한 이해도와 리더십이 민첩한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중앙회 측은 "개별 회원사가 모여서 협의회를 꾸리는 것은 무리가 있는 만큼 (오 회장이) 당국, 저축은행 업계 간에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이라며 "금융권 가운데 PF대출협의회를 구성한 것은 저축은행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저축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고,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는데도 총력을 펼치고 있다. 현재 모바일뱅킹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웹뱅킹, 미니뱅킹, 안심이체서비스, 신분증 사본판별 서비스 등 신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창구의 종이문서를 전자서식화해 저축은행의 서류 처리 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서류 관리비용 경감도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다른 업권에 비해 차별받는 사안들이 있었는데, (오 회장 재임 이후) 최근 들어서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인 ‘예금보험료율 인하’에 대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전체 수신액의 0.4%로 은행(0.08%), 보험사(0.15%), 증권사(0.15%), 종합금융회사(0.15%) 등 타 금융권에 비해 높다. 저축은행 업권은 예보료율 인하를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예금자보호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저축은행 업계의 요구사항이 수용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 금융당국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한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을 인하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앙회 측에서 업계의 의견을 꾸준히 전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