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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올해 은행들은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 전략을 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는 대기업 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하반기로 갈 수록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이 위축됐는데, 올해는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대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의 정기 예금 잔액은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시장 자금을 흡수시켰다. 올해 초 수신금리 인상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 수록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5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3조726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달 대비 6조6945억원(0.9%) 줄었는데, 1년 전에 비해서는 67조8390억원(10.7%)나 늘었다.
증가 비율을 봤을 때는 대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05조5174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8%, 규모로는 23조1081억원 늘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598조2095억원으로 8.1%, 규모로는 44조7309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일반적으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지만, 지난해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은행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6조6651억원이 늘어나기도 했다. 중소기업·개인사업자들도 은행을 꾸준히 찾았는데, 10월이 지나면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대기업 수요가 몰리자 중소기업·개인사업자들 대출 수요가 위축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기업대출 증가는 가계대출 감소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533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3%, 규모로는 16조5194억원 감소했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한 해 동안 감소세를 보였다.
금리인상으로 수신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지난해 정기 예·적금 수요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정기 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1년 전 대비 25%, 규모로는 163조5006억원이나 증가했다. 정기 적금 잔액은 37조23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1303억원(6.1%) 늘었다. 반면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 잔액은 605조8455억원으로, 89조3995억원(12.9%)이나 줄었다.
올해는 이같은 분위기가 조금씩 바뀔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먼저 대출의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라 경색됐던 자금시장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대기업 대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대기업 대출은 전월 대비 5조8102억원 줄어들면서 지난 한 해 중 처음 감소세를 보였다. 회사채 시장이 회복되자 채권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대출 상환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반대로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을 통해 근근이 영업을 이어가는 중소기업·개인사업자들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질 수록 중소기업, 특히 개인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해 은행 대출에 더욱 의존을 하게 된다"며 "올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입장에서는 대기업 대출에 비해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의 금리를 더 높게 받아 이자마진을 내기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리스크가 더 커지는 만큼 부실 위험을 더 크게 안고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기 예·적금 잔액의 증가세도 꺾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의 최고점이 얼마 남지 않은 데다, 은행들도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수신금리 인상을 자제하고 있어 수요가 이전처럼 몰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정기 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8조8620억원(1.1%) 감소했다. 지난해 처음이다. 기준금리는 현재 연 3.25%인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정점을 연 3.5∼3.75% 수준으로 전망한다. 금리 상승 추세는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하반기부터는 멈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현재 은행권의 정기 예금 기본금리는 최고 연 5%에서 멈춰있다. 단 부동산, 증시 등 다른 자산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어 있어 일시적으로 은행에 돈을 맡기는 수요는 계속 존재할 수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수신 금리 인상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당국 권고 등에 따라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만큼 가계대출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기업대출 중심의 영업 전략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며 "올해 경기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면 한계 차주 발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