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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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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내무장관도 사임, 흔들리는 트러스 내각…‘대탈출’ 시작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10.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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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정치적 동지였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이 43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재무장관이 교체된 지 닷새 만에 내무장관마저 사임하자 내각 줄사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 정책 실수 이후 점점 더 궁지에 몰린 트러스 총리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브레이번 내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트러스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서 "공문서를 개인 이메일에서 보냈다"며 "실수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최측근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 경질에 이어 브레이버먼 장관이 이날 사임하면서 트러스 내각은 불과 며칠 간격으로 두 명의 장관을 잃게 됐다.

공문서를 개인 이메일로 보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다는 게 브레이버먼 장관의 이유이지만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자리에서 물러나기 위한 형식적인 구실이라고 지적했다. 트러스 총리에 대한 불신이 사퇴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브레이버먼 장관은 "현재 정부 방향이 우려된다"면서 "문제가 사라지기를 그저 바라기만 하는 건 성공 가능한 접근법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총리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후임자들은 모두 당대표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를 지지하지 않았던 인물들로 채워졌다.

콰텡 장관 후임인 제러미 헌트 재무부 장관과 이날 신임 내무장관으로 지명된 그랜트 섑스 전 교통장관 모두 보수당 경선에서 트러스 총리의 경쟁자였던 리시 수낵 전 재무부 장관을 지지해온 인사들이다. 섑스 신임 내무장관은 최근까지 리즈 트러스 총리 비판에 앞장서기도 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하원 총리 질의응답(PMQ)에서 야당의 사임 요구에 감세안이 실수였다는 사실을 사과하면서도 "나는 ‘싸우는 사람’(fighter)이지 ‘그만두는 사람’(quitter)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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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부 장관(사진=AP/연합)

아울러, 이날 하원 법안 표결 과정에서 해당 투표가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인지를 놓고 집권당 의원 사이에서 큰 혼란이 빚어진 것도 트러스 총리의 실추된 권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하원 표결 현장에서 "용납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일갈한 보수당 소속 찰스 워커 하원의원은 이후 BBC 방송에 출연해 "총리가 빠른 시간내에 물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그는 그 일을 감당할 역량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이미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치권에선 브레이버먼 전 장관의 사임이 줄사표의 신호탄이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코로나19로 인한 엄격한 봉쇄 중에 총리실에서 파티를 즐긴 사실이 드러난 ‘파티 게이트’ 등으로 사임 압력을 받던 전임 보리스 존슨 총리는 수낵 전 재무장관이 사표를 던진 것을 시작으로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대탈출’이 벌어지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런 상황이 재연된다면 트러스 총리도 더는 버티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질된 콰텡 전 장관의 뒤를 이어 경제정책 방향타를 잡은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이나 차기 총리후보로 거론되는 벤 헐리스 국방장관 등은 아직 트러스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러스 총리가 당초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던 재무장관과 내무장관 등 두 중량급 인사의 후임을 자신의 당내 반대파 인사들로 채운 것도 총리직 사수를 위해 당내 좀 더 광범위한 지지를 구하려는 고육책일 수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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