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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 |
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월요일인 이날 오전 8시 15분께 출근길로 붐비는 키이우 등을 직격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공격한 것은 70여일 만이다.
이날 공습으로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서부 르비우와 중부 드니프로, 동남부 자포리자, 북부 수미, 동북부 하르키우 등이 피해를 입었다. 이 밖에도 크멜리츠키, 비니츠시아, 이바노 프랑키비츠, 지토미르, 키로보흐라드 등 많은 도시가 미사일 공습을 당해 에너지 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은 주민들의 생존에 타격을 줌으로써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75발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날아와 41발이 격추됐지만 나머지 34발은 고스란히 주요 거점 곳곳을 타격했다. 이번 공습에는 이란산 무인공격기도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경찰청과 국가 긴급구조대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전국적으로 11명 이상 숨지고 64명이 부상했다. 사상자 규모는 향후 구조 상황 등에 따라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공격은 지난 8일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붕괴한 지 이틀 만이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병합한 뒤 크림대교 건설에 나서 2018년 5월 교량을 개통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일을 자신들이 했다고 나서지는 않았으나 러시아는 즉각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했다. 푸틴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나서 즉각적으로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지휘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주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8∼9일 밤 사이에는 자포리자 민간 거주 지역에 6차례 미사일이 떨어져 10여 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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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폭격(사진=AP/연합) |
주요7개국(G7)은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화상으로 긴급 회담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에 대한 미사일 공습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는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으로, 최고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편에 설 것"이라며 "EU로부터 추가적 군사적 지원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는 데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줄 무기가 바닥나 새로 생산해야 하는데 그 사이에 발생하는 공백이 채워지려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과 캐나다 등은 냉전시대가 종말했던 1990년대 이후 국방비를 줄여왔고 대부분의 방산업체들도 이에 맞게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북대서양조야기구(NATO)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새로 공급하고 자국내 보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체들에게 무기 생산량을 늘리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또 "미국과 유럽 방산업체들은 방공용 및 대전차용 무기를 포함해 다양한 장비들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면서도 "그동안 발주량이 제한되었기에 생산 규모를 빠른 시일 내 확장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지어 에너지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비용을 들여서 무기 추가 생산에 나설 가능성도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의 군사비 지출 및 무기생산 연구 프로그램의 책임자인 루시 베로-수드로는 "러시아 침공 이후 국방비 지출이 우선순위가 됐지만 언제까지 그럴지는 미지수"라며 "경제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트레이드 오프가 있을 것. 유럽 정부들은 매우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전쟁이 길어지자 우크라이나 파트너들은 자신들의 안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지원을 철회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이는 푸틴 대통령의 의도대로 유럽 내 균열을 만들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