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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MZ세대가 바라는 中企일자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9.26 18:30

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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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영 성장산업부 기자

"분명히 마케팅 직무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갔는데, 본업무는 배우지 못하고 잡무만 하다 보니 회의감이 들었어. 더욱이 생산직도 아닌데 공휴일까지 나와서 공장일을 했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 않았어."

지난해 대학 졸업 뒤 지방의 작은 중소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최근 이직한 친구 A가 들려준 퇴사 이유였다.

올해 20대 후반인 A는 지난해 12월 말 모 대학교가 주최한 지역 중소기업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계기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그러나, 막상 취업해 보니 입사 9개월이 다 돼 가는 시점에도 실무 경험을 쌓았다고 할 만한 일을 해보지 못해 시간만 허비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부 중소기업의 잘못된 직무 운영이 밝은 장래를 꿈꾸며 사회에 도전장을 내민 A 같은 청년들에겐 ‘중소기업에서 훌륭한 경력을 쌓을 수 없다’는 부정적이고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구직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난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2 청년 일자리 인식 조사’에 따르면, 청년 구직자 1200명이 중소기업 취직을 고려하지 않는 이유로 ‘낮은 연봉’(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업무량과 근로시간이 과도하여 일-여가 균형(워라밸) 실현이 어렵다고 느낌’(28.2%), ‘고용 불안전 우려’(19.1%), ‘경직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있을거라 여김’(15%) 같은 사유도 있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근무 현실을 잘 꼬집은 웹드라마 ‘좋좋소’는 많은 젊은이들의 호평을 받으며 지난 4월 칸영화제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에 진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튜브 저예산 쇼트폼 웹드라마로 선보인 ‘좋좋소’의 인기 요인은 중소기업의 현실 고증을 잘 반영했다는 점이다. 유튜브 댓글만 보더라도 ‘이건 리얼이다’, ‘현실 고증 미쳤다’ 등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친구 A는 "중소기업에 취직한 20∼30대 MZ세대들은 자기 회사가 대기업처럼 경제적, 복지적 혜택을 주길 바라지는 않는다"며 "다만, 최소한의 워라밸과 조금은 숨통 트이는 조직 문화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직원이 자꾸 들어왔다 나가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경영자라면 ‘퇴사자 티끌’보다 ‘회사의 들보’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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