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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높였다.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한 만큼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전망 경로가 예상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25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로 인상했다. 금통위는 4월, 5월, 7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사상 첫 네 차례 연속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며 "이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이 일치했다"고 했다.
한은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까지 낮췄다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높이면서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불과 약 1년 만에 기준금리는 2%포인트 높아졌다.
단 지난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지는 않았다. 경기 침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현 상황이 7월에 예상한 물가 전망 경로와 다르지 않은 만큼 당분간 0.25%포인트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 예고 지침)는 유효하다"며 "빅스텝은 충격이 오게 된다면 원칙적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현재의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5∼6%대 수준의 물가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기대심리가 높아지면 나중에는 물가를 잡기가 어려워져 지속적인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며 "소비자물가 오름세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은 지난달 예상한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총재는 "지난 두 달간 국제 유가가 상당 폭 하락하면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6.3%)보다 낮아질 수 있다"면서도 "수해나 추석 물가 등의 변수로 다시 오르내릴 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정점에 이르더라도 물가 수준이 5%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 안정적으로 갈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5.9%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정점에 상관없이 당분간 물가를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간 기준금리가 같아졌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최소 빅스텝 수준으로 높일 수 있어 한미간 금리 역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9월에 다시 기준금리가 더 큰 폭으로 역전될 것"이라면서도 "한미 금리 격차와 자금 유출, 환율 움직임이 기계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총재는 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인 1346원까지 치솟았다. 그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환율 절하로 발생하는 물가 상승 압력과 중간재 수입 기업들의 고충이 심해져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이 우려된다"며 "이번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 제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환율 상승이 마치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유동성·신용도에 문제가 있고 1997년이나 2008년처럼 외환위기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은데 예전과는 다르다"고 일축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은 미국 달러 강세로 다른 국가들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인 만큼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기존 전망치(4.5%)보다 0.7%포인트 높였다.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췄다.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