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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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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K-원전 수출, 세계 核비확산 체제에도 기여할 수 있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8.07 09:00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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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지난 달 27일 서울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미국글로벌전략경영원(GABI)이 공동으로 개최한 ‘한미 에너지안보 대화’에 참석할 기회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변하게 된 에너지안보 상황과 원자력에 관하여 미국과 캐나다, 한국에서 모인 다수의 전문가들이 하루 종일 열띤 토론을 가졌다. 또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하여 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에서도 원자력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을 강조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공급 불안정으로 연료가격이 폭등하였고, 특히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를 둘러싸고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간의 대결 국면이 고조되면서 세계 많은 나라들은 자국의 에너지안보를 깊이 고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에너지 정책 분야에서는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보다 오히려 에너지안보에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그런데 원자력의 경우 자칫하면 상충관계(trade-off)로 비쳐질 수 있는 에너지전환과 에너지안보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새삼 원자력에 주목하고 있다.

올 5월 기준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새로 도입하거나 도입할 것을 검토하는 국가는 대략 30개국 정도에 이른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국가는 방글라데시와 터키, 이집트 등이 있으며, 원전 도입 계획을 수립해 둔 국가들로는 태국,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있고, 나이지리아, 케냐, 필리핀 같은 국가들도 계획을 수립해 가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점차 확대되고 있는 신흥국의 원자력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이 무서울 정도로 커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진행 중인 57개의 원자로 건설 중, 러시아의 로사톰(Rosatom)은 13개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원자로 건설이 주로 자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반해, 러시아는 해외 수출 시장에서 매우 적극적이었다. 특히 신흥국 입장에서 러시아의 원자로가 매력적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러시아는 ‘건설-소유-운영’으로 이어지는 원전의 총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둘째, 재원확보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 셋째, 원전의 근본적인 골칫거리인 사용후핵연료를 회수해 갈 수도 있는 유일한 판매자라는 점이다.

지난달말 건설에 착수한 이집트의 첫 원전 엘다바(El Dabaa)의 경우 전체 건설비용의 85%에 해당하는 250억 달러가 러시아로부터 연간 3% 정도의 저금리 차관으로 제공되었다. 이런 우호적인 재정 지원은 신흥국 입장에서 러시아산 원자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에 더해 고준위방사선폐기물로 취급되기도 하는 사용후핵연료를 회수할 수도 있다고 하면 새로 원전을 도입하고자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큰 짐을 미리 덜어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러시아의 원자로가 세계 여러 지역에서, 특히 전략적 요충지에서 늘어나는 것이 핵안보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체르노빌 원전을 점령한 것과 같은 행태를 보일 수도 있는 국가인데다가, 사용후핵연료를 러시아로 회수하게 되면 핵물질의 국제적인 이동 그리고 러시아 내에 사용후핵연료 재고가 증가하게 되는 상황 등을 상정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핵비확산 레짐에 심각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가 2030년까지 원자로 10기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세계 시장이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했던 2009년과는 매우 달라져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국가역량을 총동원하여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엘다바 프로젝트는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사가 건설을 주도하는데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그리고 한국전력기술 등이 하청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그나마 낭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이 하청에만 만족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의 기술과 규범을 담은 K-원자로를 신흥국들에 직접 수출하여 국부 증강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핵안전과 핵안보 측면에서의 규범 확산에도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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