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5월 08일(수)
에너지경제 포토

김지형

kjh@ekn.kr

김지형기자 기사모음




[데스크 칼럼] 타워팰리스와 맞먹는 임대아파트 오세훈이 세운 바벨탑될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6.19 10:45

에너지경제 김지형 건설부동산부장

김지형반명함사진

타워팰리스. 강남 도곡동 노른자 땅에 위치한 한국의 부동산 ‘강남불패’의 상징이다. 타워팰리스는 대한민국의 중심은 서울, 그 중에서도 강남이 핵심(core)임을 증명해주는 최고층 73층의 랜드마크 마천루이다.

타워팰리스에서 양재천을 건너 지금은 재개발이 돼 신흥부촌을 형성하고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옛 개포주공2단지)’를 지나치면 구룡산 초입에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개포주공은 재개발 이전 강남에서 유일하게 전세가가 채 1억, 월세 50만원이 안되는 노후 소형 구축아파트들이 즐비했다.

개포동 재개발 이전 개포주공아파트에 거주했던 서민들과 구룡마을 원주민들은 허름한 자신의 집 창가 너머로 보이는 달빛 아래 타워팰리스가 우뚝 서있는 것을 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신세한탄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천(川)을 사이에 두고 이렇게 ‘가난’과 ‘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다.

타워팰리스는 그런 강남 주류 상류층의 총아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배타성은 어른들만이 아닌 개포동 아이들 사이에서도 여실히 투영됐다. 개포동이 재개발되기 전 인근 한 초등학교에서는 타팰 아이, 우성아파트 아이, 개포주공 아이, 구룡마을 아이들이 서로를 계급짓고 다른 코호트(cohort)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타워팰리스가 만들어놓은 계급과 차별, 편견은 공고하다.

이런 타워팰리스를 오세훈 서울시장이 언급했다. 6·1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서울의 임대아파트를 재건축해서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제가 조금 과장해서 타워팰리스처럼 짓겠다고 말한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가 정말 타워팰리스 인근에 살아보고 하는 말인가 기자는 의아했다. 타워팰리스의 존재는 폐쇄적인 자신들만의 나르시스적 세상이며, 이는 이웃에게는 위화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건축물이고, 공동체이다.

오 시장은 "부자든 돈이 없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상생의 서울시를 만들겠다"면서 ‘소셜믹스(social mix)’를 강조하기도 했다. 참고로,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정책이다. 그는 "왜 사는 곳을 달리 담벼락을 쌓나. 한꺼번에 분양주택 임대주택 함께 추첨해서 어느 집이 임대인지 어느 집이 자기 소유 집인지 알 수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실제, 소셜믹스가 시행되기 전에는 강남에서 임대동을 구분하여 짓거나, 경기도 한 단지에서는 임대주택이 위치하는 특정 동의 외벽 도색에 차이를 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물론 오 시장이 얘기했듯 임대인지 어느 집이 자가인지 알 수 없도록 분양주택, 임대주택을 한꺼번에 추첨하겠다는 정책은 옳은 방향이다.

국토교통부도 지난 2021년6월부터 개정된 ‘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을 통해 신규 택지 민간 분양 아파트 단지의 공공 임대는 동·호수를 구분없이 공급되도록 수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소셜믹스가 촉진될 수 있도록 임대주택을 무작위로 선정하여 매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임대 동 따로 짓기가 원천적으로 불가하며 무작위로 추첨하기 때문에 기피시설로 인식돼 온 임대주택이라는 표시를 할 수 없게 된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주거지 분리 때문에 임대주택은 여전히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는 편견으로 펜스를 치는 등 아직도 ‘님비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공간적 분리 등을 통해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분양아파트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비토는 여전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소셜믹스 집단의 물리적 통합뿐만 아니라 보이지않는 차별을 없애는 심리적인 통합도 병행돼야 한다. 오세훈 시장이 타워팰리스 못지 않은 임대주택을 통해 고품질 건축자제와 신공법, 고급 브랜드 이미지의 아파트를 지어 임대주택에 산다는 것이 숨기고 싶은 그런 것이 아니라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 되게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입주민들이 계층간·세대간 진정한 혼합을 통해 물리적이고 심리적인 통합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지 않으면 또 한번의 ‘사회적 낙인’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향후 건설될 타워팰리스 수준의 임대아파트에서 거주하는 다양한 계층의 주민들과 아이들이 여전히 취약계층, 빈곤 등과 같은 편견과 차별을 받는 사회적·심리적 배제가 완전히 해소되고 이에 따른 올바른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면 오세훈표 타워팰리스급 임대아파트는 오세훈이 쌓아 올린 ‘바벨탑’이 될 우려가 높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