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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하며 미래 산업을 중심으로 공격 경영을 예고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형적 성장은 물론 글로벌, 디지털 등 세부 사안에 대해 리딩금융 못지않은 저력을 발휘한 만큼 앞으로는 이에 더해 금융 플랫폼, 블록체인 등 미래 산업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 '준비된 경영자'의 여유...함영주 회장, 금융가치 '재정립'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 회장은 지난 3월 말 취임 이후 약 2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비롯한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재정립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했다.
취임 초기 굵직한 성과를 내기보다는, 조직을 안정화하고 그룹의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는데 힘을 쏟은 것이다. 이는 오랜 기간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요직을 거친 ‘준비된 경영자’의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함 회장이 하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 그룹의 주요 요직을 두루 역임한 만큼 취임 초기부터 무리하게 조직을 바꾸고 성과를 창출하기보다는, 직원들과 함께 긴 호흡으로 미래 사업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첫 출근일인 3월 28일 강릉, 울진 등 산불 피해가 컸던 동해안 지역을 방문했으며, 청년창업가 육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 하나금융 플랫폼 '확장성-비금융'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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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
이어 함 회장은 이달 초 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을 선포하며 향후 하나금융그룹 임직원이 만들어갈 미래의 윤곽을 그렸다. 이 자리에서 함 회장은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이 아닌 신뢰, 혁신, 플랫폼 등 3대 방향성을 중심으로 가치 중심의 금융그룹을 일구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함 회장은 새 비전인 ‘하나로 연결된 모두의 금융’에 대해 "누구에게나 일상 속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 금융을 넘어 모두가 필요로 하는 새로운 세상과 풍요로운 미래를 연결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하나금융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원큐의 ‘확장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들어 자사 계좌 없이도 일반회원 가입만으로 자사가 제공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게끔 편의성을 강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이 자사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지원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나금융이 제공하는 콘텐츠도 ‘금융’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일례로 하나은행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타이틀 스폰서라는 강점을 살려 하나은행 계좌 없이도 일반회원 역시 하나원큐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입장권을 예매할 수 있도록 했다.
◇ '두 은행 통합' 진두지휘...M&A 전략도 '차별성' 추구할 듯
함 회장의 인수합병(M&A) 전략도 그룹의 외형성장이 아닌 시너지 창출 등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함 회장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취임 전인 2015년 9월부터 약 3년 7개월간 통합 하나은행장을 지내면서 두 은행의 통합을 이끌었다. 이미 함 회장은 두 개의 회사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현장 최전선에서 경험했던 만큼 무리한 M&A를 단행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다.
하나금융지주의 조직개편 역시 ‘신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나금융은 그룹전략총괄 산하에 신사업전략팀을 꾸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미래 산업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룹디지털총괄 산하에는 디지털전략본부, 데이터본부, ICT본부를 편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함 회장의 최근 행보는) 금융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현재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외형성장이 아닌 가치 중심의 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발언에서 비춰볼 때 M&A 대상 역시 시너지 창출과 금액적인 요소를 두루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