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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행성 규제의 역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5.26 13:59

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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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성장산업부 기자


거리두기 전면해제 이후 전국 경마공원도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지난 22일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의 입장객 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약 80% 수준으로 회복했다. 나머지 20%는 아직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방문을 자제하거나 경륜·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으로 눈을 돌린 사람일 것으로 기자는 짐작했다.

하지만 서울경마공원에서 만난 경마 고객들 대부분이 "나머지 20%는 불법 사설경마로 빠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불법도박은 세금이 없어 합법 사행산업보다 환급률이 높은데 요즘 불법 사설경마는 온라인 접근성도 좋고 돈을 잃었을 때 위로금 차원에서 ‘개평’처럼 주는 리베이트도 많아 유혹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407건보다 87% 많은 1만118건의 불법 경마사이트를 폐쇄했다. 지난 23일 경찰은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 24개를 운영해 온 일당을 적발하기도 했다.

경마업계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 방역조치로 경마장 폐쇄가 장기화되면 불법 경마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지난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 규모는 총 81조5000억원으로 합법 사행산업 22조 7000억원의 약 3.6배로 추정된다. 이중 ‘불법 스포츠도박’이 20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불법 경마’는 불법 카지노, 사행성게임 등보다 적은 6조9000억원을 차지했다.

정부는 사행심을 조장해 불법 경마가 더 성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국내 사행산업 중 유일하게 경마에 대해서만 온라인 발매 제도를 불허해 왔다.

전체 불법 도박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불법 스포츠도박’, ‘불법 카지노’, ‘사행성게임’, ‘온라인 즉석게임’, 그 다음이 ‘불법 경마’ 순인데 합법 사행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로 경마가 규제의 타깃이 되어 왔고, 이것이 오히려 불법 경마를 더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판단이 과연 옳았을지, 아니면 의도와 반대로 불법 경마를 키우는 결과만 초래했을지는 내년께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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