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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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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무차별 폭격’으로 작전 바꾼 러...키예프 점령 위한 전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2.03.02 11:53
Russia Ukraine War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받은 하리코프주 청사 모습(사진=A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민간인 주거시설 등에 대한 무차별공격에 집중하는 등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러시아가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에 대대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서방에서는 그간 키예프를 공략하지 못한 채 교착 상태에 빠진 러시아군이 저항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민간 지역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CNN,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전날부터 주요 도시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기 시작한 러시아군은 이날에도 무차별 폭격을 이어갔다. 특히 이날에는 우크라이나에서 두번째로 가장 큰 도시인 하리코프에서 주정부 청사와 중앙광장, 다른 민간시설 등이 다연장포와 순항미사일 등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정부청사와 중앙 광장 공격으로 인해 최소 10명이 숨지고 2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0명은 잔해를 치우는 과정에서 구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CNN은 또 러시아군 포격으로 피해를 입은 하리코프의 아파트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병원에 근접한 이 아파트 단지는 러시아군이 정부청사를 공격한 이후 포격을 받았다고 CNN은 전했다. 해당 영상에서 "건물이 사라졌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AFP는 이날 동부 지역 거주용 건물 한 채가 러시아의 공습으로 무너져 8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고 타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하리코프 공격과 관련해 "도시에 대한 테러다. 공격 당시 하리코프엔 병력이 없었다. 이는 전쟁범죄다"며 국제사회의 처벌을 촉구했다.

그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핵심 군사기지와 군 공항 등을 중심으로 공세를 이어갔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완강한 저항으로 주요 도시 점령에 실패하자 작전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군수물자 공급 문제, 러시아의 작전 정비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UKRAINE-CRISIS/ <YONHAP NO-1688> (REUTERS)

▲1일(현지시간) 수도 키예프에 있는 TV 송신타워가 러시아의 포격을 받은 모습(사진=로이터/연합)

이를 반영하듯, 수도 키예프에 대한 공격도 계속됐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키예프에 위치한 ‘바비 야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기념하는 기념관을 공격한데 이어 키예프의 TV 송신타워까지 폭격했다. 이는 러시아가 수도 키예프의 정보보안 시설을 정밀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최소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러시아 미사일 한 발이 키예프의 한 산부인과병원에도 떨어졌지만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CNN은 이어 키예프 도심에서 30마일(약 50km) 떨어진 보로디안카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도 포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한 시민은 CNN에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며 "러시아는 모든 것을 폭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마리우폴 도시는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고 전기가 끊긴 채 며칠 동안 계속 심한 포격을 받았다고 현지 매체들에게 전했다. 보이첸코 시장은 "러시아는 나치다"라고 비난했다. 마리우폴은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블룸버그는 이어 서방 관계자들이 러시아군이 이러한 무차별 폭격을 앞으로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인 미국전쟁연구소(ISW)는 최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이 전쟁이 앞으로 며칠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약 660,000명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대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유엔 난민기구는 이번 세기 유럽에서 가장 큰 난민 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화상연설이 시작되자 약 100명의 서방 외교관들이 줄줄이 일어나 퇴장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기도 했다. 제롬 보나퐁 주제네바 프랑스 대사는 "라브로프 장관의 우크라이나 사태 설명은 완전히 거짓"이라며 "인권이사회가 우크라이나 및 그 국민과 연대하고 있다는 강력한 입장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의 장갑차·탱크·화포 등은 키예프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북쪽에서 키예프 방향으로 진군하는 군사 장비의 행렬이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행렬이 키예프를 포위한 채 총공세를 퍼붓기 위한 용도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싱크탱크인 CNA의 마이클 코프만 러시아군 전문가는 "러시아는 키예프를 점령하겠다는 계획이 실패했음을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와 동시에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슬프지만 최악의 상황이 오기엔 아직 멀었고 이 전쟁은 앞으로 더 비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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