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04월 15일(목)

매트릭스의 ‘센티넬’이 현실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3.07.17 14:17   수정 2013.07.17 14:17:19

미국 UC버클리 화학공학과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개발 현장을 가다













 인공심장, 우주정거장, 해저화산탐사체의 공통점은 무얼까? 첫째는 극한환경이고 둘째는 정확함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혹독한만큼 정확성이 중요한 환경에서도 에너지는 필요하다. 그런데 우주에까지 계통을 연결할 수 없다. 기존의 전지는 너무 클뿐더러 기계 관절에 설치된 모터 모두를 전지 몇 개에 연결해 쓰면 기계가 정밀함과 멀어진다. 그럼 어떻게?
만약 한번 충전해 수십년 쓸수 있는 전지가 있다면? 또 크기가 마이크로 수준으로 작아져 기계 관절에 바로 부착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UC버클리의 벤 시아(Ben Hsia) 부교수와 존 P. 알퍼(John P. Alper) 부교수는 연구실에서 수십년 후의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고 있었다.
벤 시아와 존 P. 알퍼는 우주, 인체, 화학물질 등 극한 상황에서도 작동하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의 양극재를 개발했다.

생명체보다 더 유연한 기계 가능
수명 백만 사이클 에너지밀도 LIB의 10배

▶벤 시아, 광경화성 수지 열분해로 저렴한 양극재 개발
"실리콘은 고온, 방사능, 화학적 부식 상황에서 사용불가 합니다. 극한 상황을 견디는 물질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벤 시아 부교수는 자신의 연구동기를 간략히 설명했다. 얼굴이 동안인 동양인인데다가 버클리 대학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만 그는 UC버클리 화학공학과의 부교수였다. 게다가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가 극한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침투성 탄소소재 양극재를 개발해 마이크로 커패시터 칩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원래 수퍼커패시터는 충전하는데 수초면 충분하고 수명이 백만번이나 된다. 백만번 사용후에도 비슷한 수명이며 이론적인 수명은 ‘평생’이다. 충전에 한시간이 걸리고 수명이 수천번에 그치는 리튬이온전지와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 전기화학반응으로 작동하는 리튬이온전지와 달리 수퍼커패시터는 전극과 전해질의 물리적 반응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에 적절한 에너지밀도를 얻으려면 고품질의 표면을 지닌 양극재 개발이 중요하다. 벤 부교수는 표면이 고르고 높은 전도성을 지닌 침투성 탄소(porous carbon)에 주목했다.

침투성 탄소는 성능이 활성탄소와 비슷한데다가 쉽게 패턴화할 수 있고 칩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재료 개발만이 끝이 아니었다. “침투성 탄소는 수퍼커패시터 양극재에 적합했지만 아주 작은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칩에 올리기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해법으로 광경화성(photoresist) 수지를 열분해(pyrolyze)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연구를 도운 김문석 군에 따르면 보통 탄소는 회로(circuit)에 통합하기 쉽지않다.

학계에서도 양극재 재료로 잉크젯으로 프린팅한 탄소, CNTs, 그래핀, 탄화물에서 뽑아낸 탄소가 알려져 있지만 칩에 통합하는 것이 문제였고 기대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았다. 벤 부교수는 광경화성 수지를 열분해하는 방법이 탄소 기반 MEMS 직조법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 주로 H₂/N₂ 가스를 이용한 기존 광경화성 수지 열분해 방법을 개선했다. 900℃까지 Ar가스를 사용했고 900℃ 이상에서는 H₂/Ar 가스를 사용해 에너지 밀도를 높였다.



“이 방법으로 5000사이클을 넘는 긴 수명을 지닌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또 마이크로 크기의 장치에 보다 쉽게 장착할 수 있는 방법도 개발했습니다. 이는 제조비용 절감에도 기여했지요” 벤 부교수의 연구는 소재발견과 기술개발만 염두한 것이 아니라 비용도 고려했기 때문에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의 상용화를 한단계 앞당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존 P. 알퍼,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활용, 고온에 적합한 양극재 개발
존 P. 알퍼는 실리콘 나노와이어 한 우물을 파고 있다. 2012년도에는 실리콘 나노와이어에 탄화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코팅해 부식을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올해에는 탄화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사용한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를 개발했고 한단계 더 나아가 그래핀을 이용해 나노와이어의 접촉 저항을 줄였다. “마이크로 이차전지는 나름의 쓰임이 있지만 기존 이차전지의 단점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1000회에 불과한 수명 그리고 쉽게 가열되는 점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1백만 사이클의 수명과 리튬이온전지의 열배에 달하는 에너지밀도를 지닌 수퍼커패시터에 눈을 돌렸습니다.” 존 부교수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로 관심이 확대된 동기를 설명했다.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재료로 이미 활성탄소가 알려져 있지만 2차원적인 평면에 통합시키기에는 난점이 많다. 따라서 칩 크기의 수퍼커패시터를 개발하기 위해서 존 부교수는 탄소 나노튜브, 그래핀, 나노와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실리콘 나노와이어는 전해질로 물을 이용할 때 쉽게 부식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물 전해질은 없을 때보다 전기용량이 높고 친환경적인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리콘을 탄화한 나노와이어를 사용해 물에서도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가 작동하도록 했습니다.” 존 부교수가 개발한 탄화실리콘 나노와이어는 기존 실리콘 나노와이어보다 진일보됐다. 굵기가 10㎛로 1/5 수준이었으며 수명도 20만 사이클로 늘었다.

전기용량 등 성능은 기존 커패시터와 유사했다. 특히 고온에 적합한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 소재가 됐다. 존 부교수의 도전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래핀에서 탄화실리콘 나노와이어를 길러내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에 적용하는 길을 제시했다. 또 그래핀에서 성장시킨 탄화실리콘 나노와이어는 전기접촉성(electrical contact)이 월등히 높다. 전기접촉성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광학인쇄법, 전자빔 인쇄법, 심부나노인쇄법, 집중이온빔 방법등이 소개돼 있지만 스케일 상 문제가 있었다.

존 부교수는 그래핀 성장법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또 존 부교수는 그래핀에서 성장시킨 반도체 나노와이어를 회로기판에 이전시키는 방법을 개량했다. “그래핀에서 직접 반도체 나노와이어를 성장시켜 회로기판에 적용했습니다. 유연성, 투명성, 전기전도성, 열안정성이 우수한 그래핀을 이용했지요. 이렇게 새로운 ESS가 탄생하는 길을 열었습니다.” 김문석 군은 벤 부교수와 존 부교수의 연구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문석 군은 현재 구부러지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 이차전지의 경직성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올해말 출시 예정한 유연한 스마트폰의 걸림돌이었다. 만약 김문석 군의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사라진다. 구부러지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는 논문으로 작성돼 출판만 남은 상태다. 벤 부교수와 존 부교수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에 관한 같은 듯 다른 성과를 올해 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 ESS가 보다 싸게 생산돼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들의 기술이 실현되면 전혀 새로운 개념의 ESS와 이를 바탕으로 삼은 기계들이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산업화와 수익성만큼 기초 연구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보여주고 있다.


왜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인가?
배터리 크기가 비용 결정, 다양한 수요에 부응

이차전지에서 양극재는 출력을 담당한다. 보통 리튬이온전지의 수명은 1000회 정도다. 현재 리튬이온전지가 한번 충전하면 최장 4시간 정도 쓸 수 있으니 4000시간, 166일 밖에 되지 않는다. 또 출력 시 발생하는 열은 배터리와 주변 기기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별도의 냉각장치나 방열물질이 필요하다. 기계의 비용과 크기가 증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람의 몸에 인공심장이 마냥 클 수만은 없다. 멀리 우주정거장이나 심해저 열수공에서 활동하는 탐사체에 전지 교환을 위해 수시로 왔다갔다할 수 없다. 또 우주방사능과 독성이 강한 바닷물을 견디어야한다. 따라서 수명이 길고 작으며 극한 상황에서도 견디는 튼튼한 양극재가 필요하다.

UC버클리 화학공학과의 벤 시아와 존 P. 알퍼의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의 양극재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실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작년말 UCLA 연구진은 그래핀을 활용한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 수퍼커패시터가 순간출력이 가능한만큼 휴대폰이나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여러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다양한 전력수요를 충당하지 못한다.

가령 우주정거장에는 유연히 작동하는 로봇팔이 필요하다. 이때까지 3~4단에 불과해 정밀한 작업을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렁이의 체절처럼 만들어진다면 보다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된다. 체절마다 모터와 ESS가 부착된다면 외장 ESS와 전력선이 불필요하게 된다. 아예 모터에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가 일체형으로 장착된다면 로봇팔의 크기와 비용 모두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개념은 인공심장과 심해저 열수공 탐사로봇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단지 우주에서는 방사능, 심해 열수공에서는 황산 같은 독성물질, 인체에서는 백혈구를 이겨내야한다는 점만 다르다. 벤 시아 부교수는 투과성이 우수한 탄소소재를, 존 P. 알퍼 부교수는 탄화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사용해 마이크로 수퍼캐퍼시터용 양극재를 이용해 새로운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극한상황용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 양극재 개발에는 한국인 유학생 김문석 군도 한몫하고 있다.

김문석 군은 UC버클리 화학공학과 4학년생이지만 학부생으로 이례적으로 벤 시아와 존 P. 알퍼 부교수 모두의 연구에 참여하며 두 기술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Maboudian Research Group으로 불리는 응용물질과 표면과학연구소(Applied Material & Suface Science Laboratory)에서 연구하며 학술지 Carbon에 실린 벤 시아의 2013년 논문과 Journal of Power Sources의 존 P. 알퍼의 2013년 논문에 제2저자로 등재됐다. 또 구부러지는 마이크로 수퍼커패시터를 개발해 논문출판을 앞두고 있다. 연구소장 로야 마부디안 교수는 표면과 접촉면, 마이크로와 나노시스템, 박막기술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화학공학과 유명세 왜?
세계 최고 자랑하는 미국 화학산업의 모태

화학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세계 최고 대학교는 UC버클리이다. UC버클리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y)의 약칭이다. 대학교 평가 기관인 Times Higher Education은 올해 UC버클리를 세계 9위 대학으로 평가했다.

칼텍, 스탠포드, 옥스퍼드, 하바드, MIT, 프린스턴, 캠브리지, 런던제국대 다음 순위다. 화학공학과는 세계 2위이다. 화학공학과는 Haas가 이끄는 경제학과와 함께 UC버클리의 간판이다. UC버클리 화학대에는 세 전공이 있다.

화학, 화학생명, 화학공학이다. 이중 화학공학이 가장 까다롭다. 화학대 입학 후 1년 뒤 2학년 때 전공을 시작할수 있다. 이때 가장 치열한 전공이 화학공학이다. 1학년 때 학점이 최소 3.0을 넘겨야 지원가능하다. 하지만 전공선택이 행복시작이 아니다. 치열한 경쟁을 견듸어야 한다. 2011년 화학공학과 전공학생은 100명을 조금 넘었다. 2년 뒤 4학년 때는 80명만이 남았다. 입학만 하는 대학교 졸업은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하는 우리와 판이하게 다르다.

UC버클리가 왜 유명한가? 성경에 ‘사람은 열매로 평가한다‘는 구절이 있다. 일단 버클리 출신 노벨상 수상자가 70명이 넘는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해롤드 우레이와 윌리엄 지아크,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얼랭어와 셀맨 왁스맨,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스티븐 추와 데이비드 그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또 화학주기율표상의 화학원소 6개가 UC버클리의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에서 나왔다. 시보듐(Sg), 버클륨(Bk), 캘리포늄(Cf), 아인슈타이늄(Es), 페르뮴(Fm), 로렌슘(Lr)이 주인공이다.

졸업생으로는 애플 공동창립자인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트, 인텔 창립자인 고든 무어, 미국 국무장관을 역임하고 세계은행총장인 로버트 맥나마라, 미국 에너지부 장관 스티브 추, 미국 14대 연방 대법원장 얼 워른, 캘리포니아 에드먼드 제라드 주지사 등이 유명하다. 특히 UC버클리 화학공학과 졸업생들은 NASA, 존 홉킨스大 병원, 듀퐁, 바스프 등 세계 최고 기업과 국책연구기관들에 취업한다. 이들의 초임 연봉은 10만달러 이상이다.

UC버클리가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정평이 있지만 소재지 버클리市가 공부벌레만의 집합소는 아니다. 버클리는 ‘노벨상 수상자와 거지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그만큼 자유로움과 에너지가 넘친다. 방종이긴 하지만 길가에서도 대마초를 피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말이면 길가에는 휴식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흘러넘친다. 이러한 도시의 활력은 다시 UC버클리의 학문적 업적으로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으로 환류(feed back)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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