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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가격의 하락으로 인해 에너지자원 공기업의 부채가 엄청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중 하나인 부채비율은 기업의 부채를 자기자본금으로 나눈 결과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2019년도 말 기준으로 한국석유공사 3000%, 한국가스공사 370%에 달하는 부채비율 이미 2016년 이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분모인 자기자본금이 마이너스이므로 부채비율 자체가 계산이 되지 않는다. 한국석유공사의 경우 2020년 6월 기준으로 부채비율 7000%를 넘어 곧 자본 잠식에 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자원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자원개발의 특성과 공기업이라는 관점에서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기업의 경우 기업 자산의 대부분은 확보한 매장량과 평가 시점의 자원가격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현재 기준으로 지하에 남아있는 잔존 매장량과 자원가격을 곱한 값이 금액으로 환산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느 석유기업의 확보 매장량이 20억 배럴일 때 현재의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면 2000억달러 (약 240조원)이 되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면 1000억달러 (약 120조원)이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원기업의 자산 가치는 평가 당시의 자원가격에 따라 큰 폭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장량은 그대로 일까. 광구의 매장량은 기술력과 자원가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지하에 매장되어 있는 자원을 지상으로 생산하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면 매장량이 늘어나기도 한다. 또한 자원가격이 상승하면 생산 경제성이 낮았던 자원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되어 매장량이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자원가격이 하락하면 생산 경제성이 낮아져 매장량은 감소하게 된다. 이렇듯 매장량도 자원가격에 따라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화가 있다. 해외의 메이저 석유회사들도 저유가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십 퍼센트의 자산 감소를 회계에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자원기업의 부채비율 산정 시 분모에 해당되는 자산 가치 계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이 현재 확보한 자원의 매장량이다. 광구의 잔존 매장량은 향후 20~30년 동안 장기적으로 생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자원가격과 미래의 잔존 매장량을 곱한 현 시점의 자산 가치는 장기적인 자원개발의 특성을 정확하게 반영 할 수 없는 ‘허수’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원개발 기업에게 부채 비율은 다른 산업 분야의 부채비율과는 다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고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리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자원공기업의 부채비율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의외로 단순하다. 분자인 부채를 줄이고 분모인 자기자본금을 늘리면 되는 것이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발 사업을 잘 운영하여 수익을 창출하면 되는데 이는 자원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또한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수익 창출을 통한 매장량 증대로 자산을 늘리면 된다. 그러나 한국 자원공기업의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만 않다.
자원가격이 높은 시기에 사업투자금의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한 한국의 자원공기업은 자원가격이 낮은 시점인 2015년 이후로 차입금 이자만 매년 수 천 억 원에 이르고 있으며 일부 공기업은 운영수익이 금융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어 부채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자원공기업의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분자를 줄이기 위한 부실자산 처리와 경영 효율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동시에 분모를 늘려줄 수 있는 자본금 확대가 이루어져야 한다. 코로나 이후 세계적인 수요급감으로 지금처럼 자원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제한된 광구 운영 수익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렵게 확보한 에너지 자원을 지키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국가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미래 국가 산업의 근본인 에너지자원을 더 이상 과거 정권의 잘못이라 방치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가능한 공기업의 장점을 살려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하고 과감하고 지속적인 국가 차원의 역발상 에너지자원 정책 추진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