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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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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는 내 꺼”…산업부vs환경부 힘겨루기 정부조직개편 늦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7.11 14:03

산업부 vs 환경부, ‘기능 병합’보다 ‘기준 우선’ 놓고 충돌

참여정부 전례처럼 ‘기능 분리’는 가능하지만…조정 메커니즘이 관건

신재생에너지 정책 실패의 전례…“부처 이원화가 혼선 키웠다”

TF 조정 시작됐지만...컨트롤타워 설계 없인 되풀이 우려

‘9월 조직개편안’ 국회 제출 전, 정책 정합성 우선 논의돼야

브리핑하는 조승래 대변인

▲국정기획위원회 조승래 대변인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추진 중인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싸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로 에너지 부문을 담당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대통령실의 정부 조직 개편안 확정까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8일 기후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부처 간 정책 조율에 착수했지만, 대통령실에 보고된 조직개편안은 여전히 '기후 중심 통합' 대 '산업 중심 분리 유지'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산업부 vs 환경부, '기능 병합'보다 '기준 우선' 놓고 충돌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정책을 산업정책의 일환으로 보는 입장을 고수한다. 김정관 지난달 말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산업과 에너지는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에너지 기능 이관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반면 환경부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관성과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선 기후·에너지 기능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역시 환경부 중심의 정책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을 공공연히 언급해왔다.




◇ 참여정부 전례처럼 '기능 분리'는 가능하지만…조정 메커니즘이 관건


노무현 정부 시절, 재정경제부에서 기획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신설한 조직개편은 정책 기획과 집행 기능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정부는 경제부처의 기획권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고, 정책 전략의 독립성과 전문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러나 분리 이후 기획예산처가 단독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예산 집행은 타 부처들이 맡는 구조는 현장성과 전략 간 괴리를 초래했다. 중복기획, 부처 간 이견, 책임소재 불분명 문제가 이어지며,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기획재정부로 재통합했다. 당시 재통합은 기획-예산-세제-금융을 하나로 아우르는 전 주기 통합 체계를 통해 정책 집행력을 회복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사례는 기능 병합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조율과 실행 체계 없이 기능을 나누었을 때 오히려 더 큰 혼선이 발생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기후에너지부 논의도 유사한 구조적 맥락을 안고 있다. 기후정책은 규제 중심, 에너지정책은 공급·안보 중심이라는 정책 성격의 차이를 단순한 병합으로 해소하긴 어렵다. 기획 기능과 기술 실행·시장 운용 기능이 분리되면 정책의 정합성과 실행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산업계와 일부 행정부 내에서 제기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정책 조율 체계와 권한 분장 기준이 명확히 정립되지 않으면, 통합은 오히려 행정 혼선과 정책 이원화를 초래할 수 있다. 단순한 조직 통합이 아닌, 정책의 흐름을 아우르는 정교한 조정 메커니즘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과거 전례는 중요한 참고 사례다.


◇ 신재생에너지 정책 실패의 전례…“부처 이원화가 혼선 키웠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과거 실패 사례를 기후에너지부 설계 논의의 경고 신호로 지목한다.


대표적으로 태양광·풍력 보급사업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산업부(당시 지식경제부)는 연구개발(R&D)와 보급 인프라를 담당하고, 환경부는 탄소 감축 효과와 온실가스 관리 지표를 따로 집행했다. 목표 부합성은 사라지고 통계는 이중 집계됐으며, 사업 기준도 달라 민간 기업이 혼란을 겪었다는 지적이 감사원과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한민수 의원은 “같은 신재생 사업을 두고 산업부와 환경부가 보급·평가 체계조차 달라 일관된 성과 평가가 어렵다"며 부처 이원화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 TF 조정 시작됐지만...컨트롤타워 설계 없인 되풀이 우려


국정기획위원회는 기후에너지 TF를 통해 세부 실천과제와 부처 역할 조율에 착수했지만, TF는 실무 조율기구에 불과해 제도 설계 권한은 없다. 실질적인 정책 총괄 권한을 부여한 구조적 조정 메커니즘 없이 단순 기능 병합만으로는 과거 실패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은 9월 정기국회 제출을 목표로 복수안에 대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둘러싼 산업부-환경부의 주도권 경쟁은 결국 제도 설계 방식으로 귀결될 전망이다.


과거 신재생 정책의 혼선 사례에서 보듯, 정책 기능의 이원화가 가져오는 비용은 단지 부처 간 불협화음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에너지전환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이자, 부처 신설로 인한 행정비용 증가, 중복 정책 집행에 따른 예산 비효율, 전력정책 혼선으로 인한 요금 인상 가능성 등 실질적 국민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에너지부 논의는 단순한 부처 간 기능 병합을 넘어, 미래 에너지 체계의 기반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통합은 수단일 뿐, 정책의 일관성과 집행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설계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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